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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넘기면 역대 '최장 심리 기간' 경신
재판관들 사이 쟁점별 판단 갈렸거나
다른 탄핵 사건 때문에 지체됐을 수도
시위대 폭력 속 헌재 인근 초중고 휴업
법조계 "선고 늦어지면 혼란 가중될 것"
그래픽=김대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종결 후 보름이 지나도록 선고기일을 공지하지 않고 있다. 금주를 넘기면 역대 대통령 탄핵 사건 중 최장기 심리 기간을 경신하게 된다. 법조계에선 숙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억측이 난무하고 국론 분열이 가속화하고 있어 서둘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변론을 종결한 헌재는 15일째(12일 기준) 숙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탄핵심판을 받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각각 변론종결 후 14일, 11일째 되는 금요일에 선고기일이 잡혔다. 윤 대통령 사건 선고기일도 변론종결 후 2주쯤 뒤 금요일인 14일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헌재는 이날까지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 늦어도 이틀 전까진 선고일을 공지해왔던 걸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 주 선고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13일에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 탄핵 사건 선고가 잡히면서 금주 선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헌재는 1995년 이후 이틀 연속으로 선고일자를 잡은 적이 없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헌재 고심, 왜 길어지나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음 주에 선고되면 역대 대통령 사건 중 최장 심리 기간을 기록하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가결 후 선고까지 63일이 걸렸고, 박 전 대 통령은 91일이 소요됐다. 작년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윤 대통령 사건은 이날로 88일째다. 다음 주 월요일인 17일에 선고한다 해도 93일째가 돼 최장기간을 경신한다.

헌재의 숙의 기간이 길어지자 그 이유를 두고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핵심 쟁점들에 대한 재판관들의 판단이 엇갈렸을 수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언이 일부 바뀌고, 증인 회유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일부 쟁점들은 윤 대통령과의 연결고리가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라며 "이에 대한 재판관들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심리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외 다른 탄핵 사건들까지 함께 심리하고 있어 지체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때는 당해 탄핵 사건이 1개뿐이라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윤 대통령 사건 외에도 계류 중인 주요 탄핵 사건만 7개에 달한다.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보단체 관계자가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숙의 길어지면서 각종 억측 난무



헌재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정치권과 광장을 중심으로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선고 결과를 점치는 근거 없는 '지라시'가 지난주부터 급격히 유포되고 있다. 재판관 표결 결과 5대 3으로 갈려 기각이 확실시된다거나 4대 4로 각하될 거란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부 지라시에선 재판관들 평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고, 어떤 이유로 의견이 갈렸으며 그 결과 어떤 재판관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법상 재판관 평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들과 윤 대통령 측 인사를 중심으로 한 불복 움직임도 꿈틀거리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 모두 헌재와 광화문, 여의도 등에 나가 단식과 삭발을 감행하며 탄핵 기각과 탄핵 인용을 헌재에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를 맡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 5일 헌재 앞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 기자회견에서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소추를 인용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번져가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해 시민단체 등에 의해 고발당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헌재 주변에 몰려든 시위대가 서로 엉켜 붙어 싸우거나 경찰에 시비를 거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선고 당일 헌재 근처를 '진공 상태'로 만들어 시위대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기로 했고, 서울시교육청은 헌재 인근 초중고 11곳을 휴업하기로 했다. 헌재가 속한 종로구는 낙원상가 방면 도로와 인사동 북인사마당부터 안국역 방면 도로 인근 상점가를 대상으로 선고 날 입간판을 철거하라고 계도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각하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법조계 "선고 너무 늦어지면 분열 키워... 속도 내야"



법조계에선 헌재가 심리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선고가 늦어질 경우 국론 분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한 심판도 중요하지만 심리 기간이 길어지면 국가 정체 기간도 길어지는 셈"이라며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헌재가 내부적으로는 선고기일을 정해 놨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전직 재판관은 "변론종결 후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재판관들끼리는 어느 정도 중지가 모아졌을 것"이라며 "재판관들도 외부 상황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늦지 않게 선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재 연구위원 출신의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개변론 이후 거의 매일 평의를 해왔기 때문에 윤곽은 나오지 않았겠느냐"며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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