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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수출국을 향해 예고했던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폭탄이 결국 한국에도 떨어졌다. ‘산업의 쌀’로 불리던 한국 철강산업은 오랜 경기침체와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이어 관세 폭탄까지 맞게 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북미 시장은 국내 철강 수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철강사들의 수출 동력까지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미 상무부 국제무역청(ITA)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9억달러(약 4조원)로, 한국은 캐나다·브라질·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철강 제품을 미국에 팔고 있다. 미국 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 철강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9.7%에 달한다. 다만 알루미늄의 경우 철강과 비교해 수출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율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열연강판과 강관 등을 생산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가 1조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수입업체가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이 비싸져 제조사에 분담을 원할 경우 원가 구조가 안 좋아져 철강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국내 철강사들은 수입물량 제한(쿼터제)에 따라 정해진 물량만 미국에 수출할 수 있었지만, 관세를 내는 대신 한국 철강사들의 수출 물량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관세 조건에서 일본 등 수출 경쟁국가들이 US스틸 등 미국 내 철강사에서 생산하지 않는 제품군이나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만들어 살아남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시작한 가운데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고관세를 피하고 싶으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대 10조원 규모로 미국 현지에 제철소의 한 종류인 전기로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갑작스레 검토에 들어간 게 아니라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해야 할 투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 방안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철강사들이 미국 내 공장을 당장 신설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의 미국 직접 진출에 대한 고민이나 일본이 US스틸을 인수하겠다는 맥락은 미국에서 수익이 되는 시장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현지 투자는 개별 회사가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닌 국가 단위의 문제인 만큼 정부와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8년에도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연계해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 기간 3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적용받았다. 쿼터제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015년 395만t에서 지난해 276만t까지 줄었다.

2020년대 초반부터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부진한 성적을 이어갔다. 철강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철강의 우회 유입을 차단해 미국 수출 길이 막힌 우회 물량까지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중국산 저가 공세가 한층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무역·통상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전쟁에서 살아남아도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경쟁은 쉽지 않다”며 “철강 생산량에서 중국을 따라갈 수 없는 만큼 유럽·북미·중국 시장 등을 공략하기 위한 맞춤 전략을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가속화될 미·중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 친환경 철강 생산으로의 전환,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고부가가치 특수강 제품 개발 주력 등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자사 고유의 전기로를 신설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이 약 40% 저감된 강재를 시장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내 생산비가 워낙 높은 상태라 미국 내 기업들도 철강 제품을 미국에서 조달하는 게 나을지 외국산을 쓰는 게 저렴할지 따져볼 것”이라며 “트럼프발 관세 정책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불확실한 측면이 있는 만큼 미국 시장에서 갖고 있던 기존 수출 물량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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