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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2004년, 2015년 등 ‘즉시항고권’ 계속 주장
“위헌 소지” 항고 포기한 심우정 총장의 주장과 배치
대검 “이번 사안과 달라 참고자료 되지 않았다” 변명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구속 취소시 검사의 즉시항고’를 명시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004년 위헌여부를 심리했고 당시 검찰은 이 조항에 대해 “위헌이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는 것이 위헌일 수 있어 포기했다’는 심우정 검찰총장과 검찰 수뇌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1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헌재는 2004년 검사의 구속 취소시 즉시항고 법률 조항의 위헌여부를 심리했다. 사기미수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는 2003년 5월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사는 즉시항고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97조3항(현재 97조4항) 등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A씨는 법원이 구속 취소 청구를 기각하자 ‘구속 취소 요건’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93조와 함께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에게도 즉시항고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004년 2월 93조를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어 ‘검사의 구속 취소시 즉시항고’ 조항에 대해선 “A씨의 구속 취소 청구가 이미 기각됐으므로 위헌소원 제기가 부적법하다”며 위헌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각하’ 했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검사의 즉시항고 위헌성’을 정면으로 다루진 않았다. 다만, 검찰은 이 조항 자체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당시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장은 “여러 단계의 적법성이 보장된 절차를 거쳐 구속돼있는 피고인이 구속 취소 결정으로 인해 바로 석방된다면 (도주나 증거인멸 등의) 폐해가 예상되므로 검사에게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는 즉시항고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피고인이 자유의 몸이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증거인멸 등 우려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즉시항고권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검찰의 입장은 이보다 11년 앞선 1993년 헌재가 ‘보석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을 때도 같았다. 검찰은 이때도 피고인을 석방하면 발생할 수 있는 우려들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2년 헌재가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을 때에도 바뀌지 않았다. 검찰은 2015년 6월 국회에서 ‘구속 취소 시 즉시항고’ 조항을 삭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했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30여년 이상 공개적으로 일관된 주장을 해온 셈이다. 검찰이 역대 다른 사건에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해온 사례들도 확인됐다.

검찰이 30여년간 지켜온 입장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 사건에서 뒤집혔다. 심우정 총장과 검찰 수뇌부는 보석과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가 위헌을 받았으므로 구속 취소도 위헌일 것으로 봤다고 한다.

하지만 헌재는 2004년 위헌소원 사건에서 “검사에게 즉시항고권을 인정한 것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피고인이 즉시 석방되는 효과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피고인을 석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우려한 검찰의 주장을 일부 수긍한 것이다.

심 총장 등은 검찰이 그간의 즉시항고 사례와 함께 윤 대통령을 석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폐해 등을 종합해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스스로 30여년 넘게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수사해 온 검찰의 ‘소신’은 하루아침에 바뀌게 됐다.

대검 관계자는 “과거 즉시항고 사안이 이번 사안과 비교할 만하지 않아 참고자료가 되지 않았다”며 “즉시항고에 대한 의견을 지금에 와서 유지하는 게 맞는지도 여러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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