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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유기업보다 더욱 큰 어려움을 겪는 민영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서 열린 민영기업 좌담회에서…(이하 생략)

국내 한 언론사 중국 특파원의 기사 첫머리입니다.

중국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지난달 시 주석이 알리바바의 마윈, 딥시크의 량원펑 등을 불러 모아 민영기업 지원 의사를 밝혔던 좌담회가 떠올랐을 겁니다.

시 주석의 기조가 민영기업 견제와 탄압에서 지지와 지원으로 바뀌는 신호라며 전 세계 언론이 주목했던 사안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기사는 7년 전인 2018년 11월에 송고된 기사입니다.

당이 국유기업을 밀어주고 민영기업은 견제하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 속 시 주석의 민영기업 달래기가 처음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시진핑 주석의 밀당, 반복되는 이유가 뭘까요?


■당 중앙, 국유기업 갖고 민영기업 통제

'밀당'의 태생적 원인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공유제 경제(公有制, 국유경제)'와 '비공유제 경제(非公有制, 민영·외자 경제)'를 함께 운영하는 중국 경제 제도 특유의 어색한 공존에 있습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하며 처음으로 비공유제를 인정하고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이후, 중국 경제는 한때 민영이 발전하는 '민진국퇴(民進國退)'의 외형을 띱니다.

그러나 시장경제를 새로, 중앙의 통제를 새장으로 비유하며 새장을 없애 새가 날아가게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조롱경제(鳥籠經濟)' 개념에서도 보듯 당 중앙은 민영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놓은 적이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그러하듯, 역시 주도권을 쥔 당이 기업을 상대로 '밀당'을 이어온 겁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대적 도시화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 자금의 90%가 국유기업에 흘러가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의 주도권이 얼마나 강한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개혁개방 이후 각종 정치적 파고를 지나오면서도 민영 경제는 결국 날개 달린 듯 성장해 중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지만, 당의 강력한 장악력 속에 주요 부문과 사업이 국유기업 차지로 돌아간다는 '국진민퇴'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반복되는 밀당, 계속되는 기업인 잔혹사

시 주석 집권 이후로도 당과 민영기업의 관계는 끊임없는 밀당의 연속이었습니다.

유명 기업인들이 주저앉고 퇴출당하는 기업인 잔혹사도 이어집니다.

1기 집권 이듬해인 2013년 18기 3중전회 때는 민영기업 중심의 시장 활성화를 강조해 민영경제 성장의 기대감을 낳았지만 그것도 잠시, 2018년 대대적인 국진민퇴 논란이 재차 불거집니다.

약 서른 곳에 달하는 상장 민영기업이 국가 자본에 넘어갔고, 한때 총자산이 2조 위안에 달했던 거대 민영 기업 안방보험(安邦保險)의 경영권도 법적 소유주 우샤오후이가 경제사범으로 체포되면서 국가에 넘어갔습니다.

앞서 언급한 2018년 민영기업 좌담회의 개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적 논란과 시장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민영기업을 향한 '당기기'에 나선 겁니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고, 2020년 10월부터 시 주석은 모두가 함께 부를 누리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 를 본격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장'보다는 '분배'의 개념을 강조하며 지극히 사회주의 국가다운 면모를 드러내는 듯한 이 구호 이면에 '성장'하는 민영기업을 향한 견제의 눈초리가 깔려있음은 분명했습니다.

2020년 와이탄금융서밋에서 중국 당국을 비판한 마윈. (사진 출처 : 와이탄금융서밋)

그해 중국 굴지의 기업가 알리바바의 마윈이 유탄을 맞습니다.

중국 금융당국이 전당포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며 규제를 비판했다가 공개 석상에서 한동안 사라졌고,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알리바바에는 3조 원대 반독점 벌금이 부과됐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주식시장의 충격,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등으로 민영기업의 힘이 필요할 때마다 중국 당국은 민영기업을 향해 유화적 제스쳐를 보냈습니다.

지난달, 7년 만의 좌담회를 열며 다시 당기기에 나선 이유도 분명합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미중 관세전쟁에 따른 경제적 충격 상쇄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분배보다 부를 이루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공동부유와 대비되는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 )'까지 언급하는 파격을 감행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를까?…"당에 중요한 것은 체제 안정"

어제(11일) 폐막한 양회에서도 민영기업 달래기 기조는 분명했습니다.

리창 총리가 '공작보고서'를 통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 민영경제촉진법 초안 심의를 언급하며 민영경제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제정된다면 민영기업에 대한 당 차원의 인정과 지지, 기업가 권리 보호를 '법'으로 격상시킨다는 의미가 있는데, 중국 내부적으로도 수차례 조속한 통과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민영경제촉진법>

"국가는 민영경제 기업이 신 품질생산력 발전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한다"

"민영경제 기업과 경영자들의 비재산권, 재산권, 경영 자주권 등 합법적 권익은 법률의 보호를 받으며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과거의 밀당과 양상이 달라질까요? 아니면 역시 일시적 달래기로 그칠까요?

변수가 있다면 민영 빅테크 기업의 존재감이 달라졌다는 점일 겁니다.

첨단기술 발전에 가속도가 붙으며 글로벌 패자의 지위를 놓고 싸우는 미국과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미래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한 민영 빅테크 기업은 더 이상 국유기업으로 대체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다만 이제부터는 다를 것이라 섣부른 결론을 내리긴 어려워 보입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에 참석한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 카메라 앞에서 시 주석의 좌담회와 당의 지지를 언급하며 자신감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 중국 CCTV)

강호구 한중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민영경제촉진법에 대해 "구체적인 세칙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민영기업 지원을) 법제화시킨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당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여전히 체제 안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체제 안정을 유지하면서 AI 산업 등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느냐가 관건"으로, "체제 안정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고 강 소장은 말했습니다.

민영 기업가라는 '자본가'들의 과도한 성장은 견제할 거라는 겁니다.

이번 양회 기간 인민 대표들의 약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시 주석의 좌담회를 언급하면서 "민영기업에 대한 당 중앙의 관심과 지지를 깊이 느끼며 자신감이 배가 됐다"고 했습니다.

시선은 언론 매체 카메라를 향하고 있었지만 발화의 대상은 당 중앙이었을 걸로 보입니다.

기업가들의 여전한 불안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자 민영기업이 날개를 펼 것이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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