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학회 사무국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추행
해당 학회, 진상 조사 안 해 과태료 처분
오히려 피해자가 징계받고 사무실 이동
게티이미지뱅크


연세대 전 산학특임교수가 회원 3만여 명 규모의 학회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학회 사무국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최나영)는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전 교수 겸 대한토목학회 전 회장인 A(67)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대한토목학회는 토목공학계 석박사 학위 취득자나 관련 국가기술자격 보유자 등 3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학회 중 하나다.

경찰의 송치 이유서 등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11월 13일 학회 사무국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 B씨 옆에 앉아 그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어? (속옷이) 있네?"라고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손에 든 술잔에서 술을 흘리자 A씨는 피해자 손을 잡아챈 뒤 손바닥을 혀로 핥기도 했다. 사건 얼마 전인 2023년 8월 연세대 교수에서 정년 퇴임한 A씨는 문제의 회식 당시엔 같은 학교 산학특임교수 겸 학회장이었다. 연세대 교칙에 따르면 산학특임교수는 산학협력 및 연구 능력이 탁월해 총장이 임명하는 퇴임 교수를 말한다.

B씨는 사건 발생 약 2개월 뒤인 2024년 1월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서울 송파경찰서는 같은 해 9월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6개월 이상 정신과 치료가 요구된다"는 진단을 받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면서도 당시 회식 자리에 동석한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증언을 어렵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해당 학회는 관련 진정을 접수한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으로부터 지난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과태료 5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지체 없이 해야 한다'는 규정(제14조 2항)을 지키지 않아서다. B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쯤 피해 사실을 학회에 알렸으나 1년 넘게 구제 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리어 피해자는 석연찮은 징계와 원치 않는 근무지 이동 조처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추행 피해로 정상근무가 어려워 지난해 1~4월 병가와 휴직 등을 신청했는데, 복직 시점이 임박하자 "B씨를 해고해 달라"는 일부 직원 명의의 징계 요구서가 학회에 제출됐다. 이후 피해자는 지난해 7월 학회로부터 '훈계' 징계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명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학회는 '업무상 이유'라며 B씨 소속 팀을 통째로 다른 근무 장소로 보내기도 했다. 이에 B씨는 지난해 12월 18년간 쓰던 사무실에서 나가야 했다. 옮겨간 사무실은 업무용 컴퓨터(PC) 하나 없고 오랜 기간 관리되지 않아 배선 설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겨울철 난방 시설도 미비해 구석에 고정 자리를 받은 B씨는 실내 온도 14~17도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고 한다.

반면 A씨는 사건 이후에도 산학특임교수로 재직하다 2024년 8월 퇴임했다. 학회장 역시 임기(1년)를 모두 채운 뒤 물러났고 지금도 직전 회장 예우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뒤인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학회에 A씨는 전임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고, 올해 1월 정기총회에선 공로상까지 받았다.

A씨는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한국일보 질문에 "(제가 말을 하는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제주 학회 참석과 공로패 수상에 대해선 "전통적으로 현재 학회장과 직전 회장, 차기 회장이 참석하는 거고 (공로패는) 직전 회장에게 통상 준다"고 설명했다. 본보는 학회 측에도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으나 "당시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만 답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076 트럼프발 관세 악재···‘한·미 세탁기 분쟁’을 기억하라 랭크뉴스 2025.03.15
44075 여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3%’ 합의···‘더 내고 더 받자’ 개혁, 이번엔 될까 랭크뉴스 2025.03.15
44074 G7 외교장관회의 “北에 안보리 결의 따른 핵·미사일 포기 요구” 랭크뉴스 2025.03.15
44073 금요일 밤에도 “윤석열 파면”…마지막일지 모를 100만 집회 예고 랭크뉴스 2025.03.15
44072 16년째 재개발 제자리 흉물 빈집 어찌하리요 랭크뉴스 2025.03.15
44071 뉴욕증시, 반발 매수 속 반등 출발… 이번주 모든 지수 하락 전망 랭크뉴스 2025.03.15
44070 현대제철 포항공장 20대 계약직 인턴 쇳물 용기로 추락해 사망 랭크뉴스 2025.03.15
44069 [속보] G7 외교장관들 "北, 안보리 결의 따라 핵·미사일 포기해야" 랭크뉴스 2025.03.15
44068 “신중히 낙관할 이유 있어” 푸틴, 미 특사 통해 휴전안 입장 전달 랭크뉴스 2025.03.15
44067 ‘아들 특혜채용’ 전 선관위 사무총장, 인천지법서 재판 랭크뉴스 2025.03.15
44066 트럼프 정부 고위급 첫 방한 무산… 美국방장관, 인태 순방서 한국 뺐다 랭크뉴스 2025.03.15
44065 [사설] 은행 순이익 역대 최대, 이자 장사 넘어 혁신 경영 나서야 랭크뉴스 2025.03.15
44064 헤그세스 美국방장관 방한 무산…전임자 이어 연속 '한국 패싱'(종합) 랭크뉴스 2025.03.15
44063 수갑 차고 고속도로 가로질러 도주‥13분 만에 검거 랭크뉴스 2025.03.15
44062 트럼프 “푸틴과 생산적 대화… 러·우 전쟁 끝날 가능성 커져” 랭크뉴스 2025.03.15
44061 그물망 매달렸다가‥풋살장 골대 쓰러지며 11살 초등생 사망 랭크뉴스 2025.03.15
44060 尹 석방 이후 보수 결집…정권 재창출·교체 격차 줄었다 랭크뉴스 2025.03.15
44059 한동훈, 영어로 이재명 때리며 ‘the’ 빼 문법 틀렸다? “일부러 뺐다” 랭크뉴스 2025.03.15
44058 ‘김건희 개인 소송’ 대신한 대통령실···대법 “운영 규정 공개해야” 랭크뉴스 2025.03.15
44057 트럼프 "푸틴에 수천명 우크라이나 군인 살려달라 요청했다" 랭크뉴스 2025.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