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그렇게 통화하는 사람 못 봐”
‘여론조사비 대납’ 부인…“생활비 지원”
검찰, 1억원 넘는 돈 보낸 목적 규명 속도
‘여론조사비 대납’ 부인…“생활비 지원”
검찰, 1억원 넘는 돈 보낸 목적 규명 속도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8일 창원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관련 여론조사비를 대납한 의혹을 받는 사업가 김한정씨가 같은 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도 명태균씨 측에 돈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돈이 여론조사 비용이 아니었고,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명씨에게 오 시장을 잘 보이게 하려고 명씨 생활비를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가 명씨 측에 1억원 넘는 돈을 보낸 목적을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명씨 의혹 관련자들을 조사하면서 김씨가 2021년 5월 명씨 측에 송금한 내역을 제시했다. 당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에 당선된 전당대회가 열리기 약 한 달 전이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9월 ‘명태균 게이트‘가 불거진 뒤 명씨 관련 의혹 제보자인 강혜경씨와 통화하면서 ‘당대표 선거 때 우리가 여론조사를 다 해줘서 이준석 대표를 많이 도와줬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21년 2~3월 5차례에 걸쳐 총 3300만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앞둔 2021년 6~11월 4차례에 걸쳐 1420만원을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라는 의심을 받는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 강씨의 개인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돈이 김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의심한다.
김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오세훈이 아닌 서울시장 선거를, 이준석이 아닌 당대표 선거를, 윤석열이 아닌 대선 후보 경선을 도운 것”이라며 “여론조사(비용)도 아니고 명태균을 그냥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오 시장 여론조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 3300만원만이 아니라 그 뒤에도 계속 줬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도 줬고, 이준석이나 윤석열이 때도 줬다”고 밝혔다. 강씨 측에 따르면 김씨가 강씨 계좌로 송금한 돈은 1억원이 넘고, 이는 여론조사 비용이었다.
김씨는 명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보낸 데 대해 “대통령과 그렇게 통화를 하는 사람을 못 봤다”며 “김종인(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해가지고(통해서) 윤석열까지 라인이 닿는데, 지금처럼 중상모략하면 오세훈이 윤석열 눈에 어떻게 보이겠냐. 그런 오해가 없게끔 잘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오 시장에 대해 좋게 말해줄 거란 기대를 하고 명씨를 지원했을 뿐 여론조사비를 대납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김씨는 오 시장 등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와 데이터를 명씨로부터 받은 사실은 일부 인정했다. 김씨는 명씨로부터 오 시장 관련 여론조사 결과뿐 아니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윤 대통령 관련 여론조사 결과도 받아봤지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명씨가 보내줘서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강씨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낸 데 대해선 “거기로 보내달라니까 보냈다. 부가세까지”라고 말했다. 김씨는 오 시장 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김종인 위원장이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검찰은 김씨가 명씨 측에 부가세까지 보낸 것을 여론조사비 대납의 유력한 증거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명씨 사건을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한 뒤 첫 공개 수사로 지난달 26일 김씨를 압수수색하고 이튿날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김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창원구치소에 수감된 명씨를 5번째로 불러 조사했다. 전날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오 시장 최측근을 조사하는 등 오 시장 관련 의혹 규명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명씨는 오는 13일 법원에 구속취소를 청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