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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에서 병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몸이 아파도 진료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농촌 마을 주민들이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곳은 각 시군이 운영하는 보건소나 보건지소입니다. 그런데 이곳의 필수 인력인 공중보건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공중보건의의 전역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빠져나간 만큼 채워질지 알 수 없어 의료 취약지 마을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강원도 춘천시 남면보건지소에서 주민이 공중보건의에게 진료를 받는 모습

■ 일주일에 두 번만 진료…주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공중보건의

강원도 춘천시 남면은 인구 1,000여 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에 남면보건지소가 있습니다. 면 전체에 유일한 진료 기관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만 운영합니다. 배치된 공중보건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옆 마을인 춘천 남산면 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가 순회진료를 오는 날만 진료가 가능합니다.

감기 기운이 있던 위재학 씨는 목요일인 지난 6일 보건지소를 찾아 공중보건의로부터 진료를 받고 약 처방도 받았습니다.

위 씨는 "코로나19 시기 전엔 매일 의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2번 밖에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몸이 아파 약 한번 지으려고 해도 아픈 몸을 이끌고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에 이렇게 공중보건의가 와주니 더없이 고맙다" 말했습니다.

몸살로 강원도 횡성군 우천보건지소에 왔다가 공중보건의 출장 공백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주민 모습

■ "너무 아픈데 선생님이 안 계시네요. 밤새 앓는 수밖에"

같은 날 강원도 횡성군 우천 보건지소를 찾았습니다.

마침, 안색이 좋지 않은 주민이 보건소 밖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왜 보건지소에 왔느냐고 물으니 "몸이 아파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안 계셔서 돌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곳 역시 공중보건의 1명이 인근 마을까지 2곳을 더 출장 진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출장을 가는 날은 자리를 비우게 되다 보니 자주 벌어지는 일입니다.

강원도 횡성군 우천보건지소 출입문에 진료 가능한 날 안내 표시가 붙어 있는 모습

헛걸음하게 된 70대 노인은 "보건지소에 오려고 산골 마을에서 20여 분이나 겨우 왔는데 진료를 보지 못하니 섭섭하다"면서 "몸이 좋지 않아 버스를 타고도 한참 걸리는 시내까지 가서 진료를 보기엔 몸이 너무 괴로워 그냥 집에서 밤새워 앓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동네 유일의 의료기관이지만 매일 진료를 할 수 없는 이유는 공중보건의 부족 때문입니다.

지금도 공중보건의 1명이 여러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돌며 근근이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보건지소의 진료실이 공중보건의 출장으로 비어있는 모습

■ 줄줄이 전역하는 공중보건의 …"의사 선생님 가신대요. 안 올 수도 있다고요?"

현재 강원도에서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는 248명입니다. 이가운데 95명이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줄줄이 전역합니다. 전체 공중보건의의 1/3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문제는 빠져나간 만큼 인원이 채워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보건지소에서 남면보건지소로 순환근무를 온 공중보건의 박경호 씨는 올해 4월 제대 예정입니다.

박 씨는 "곧 제대를 앞두고 있는데 제가 나가고 나서 이 자리를 누가 채울 수 있을지 그게 의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곳 주민들은 고령이라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데 근처에 마땅한 병원도 없어 아프면 더 고생하실까 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습니다.

강원도 횡성군 우천 보건지소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공보의 제대를 앞두고 마을 주민들은 혹시나 빈 자리가 채워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보건소에서 만난 80대 노인은 " 우리 선생님 참 진료도 잘 보시고 좋은 분인데 가시고 자리가 비면 어쩌나"라며 "정말 안 올 수도 있대요? 노인들은 차도 없어서 병원 못 가는데"라며 취재진에게 불안한 마음을 털어놨습니다.


■ 갈수록 줄어드는 공중보건의… 농어촌 지역 의료 '비상'

실제로 전국적으로 공중보건의는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전국의 공보의는 3,800명 대에서 2,800명 대로 1,000여 명 줄었습니다.

강원도 배치 인력도 급감하고 있습니다. 2021년만 해도 310명의 공중보건의가 배치됐지만 지난해는 240명 대로 줄었습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학령인구 자체가 줄었습니다. 여기에 군복무를 하지 않는 여성 의대생 비중이 높아진 것도 한몫합니다.

특히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쁠 것으로우려됩니다.

의료계와 정치권의 갈등으로 의대생 집단 휴학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가 휴학생이 한 해에 몰리는 걸 막기 위해 공중보건의 인원을 분산시키면서 올해 공보의 선발 인원까지 감소한 것입니다.

2025년 의과 공보의 선발인원은 250명으로 지난해 642명에 비해 400명 가까이 줄었습니다.

의료 취약지 주민들에게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의미는 큽니다. 농어촌 도서·산간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지역 주민은 대부분이 고령화된 노인이라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반면 정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고 언제든 아플 수 있어 의료 기관이 더 절실합니다.

공중보건의 감소에 맞춰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의료 취약지에 우선 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전국의 공중보건의 배정 결과를 발표합니다.

공보의 배치는 응급의료 시스템을 얼마나 가동할 수 있을지와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달 말 이뤄지는 공보의 배치 결과를 강원도와 농어촌 지역 주민들은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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