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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시장 지각변동
월 40만~60만원으로 더 비싸지만
주1회 편의성·치료 효과 높아 인기
한달 2만건 처방, 시장 70% 차지
"환자 부담 커 가격 낮춰야" 지적도
뉴스1

[서울경제]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최근 몇 년간 ‘부동의 1위’였던 ‘삭센다’를 압도하고 있다. 월 처방 비용이 40만~60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월 10만 원대인 삭센다에 비해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월 2만 건 이상의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5년간 국내 비만 치료제 1위를 지켰던 삭센다는 위고비 출시 직후 처방이 급격히 줄고 있다. 위고비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주 1회만 주사를 맞아도 되고 상대적으로 비만 치료 효과가 더 높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것이다. 다만 환자와 의료진 모두 위고비의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가격 인하 요구도 점차 커지고 있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을 통한 위고비·삭센다 월별 처방 현황’에 따르면 위고비는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0월 보름 만에 1만 1368건의 처방전 수를 기록했다. 다음 달인 11월에는 1만 6990건으로 시장 1위 삭센다 처방전 수(1만 6902건)를 뛰어넘었다. 올 1월에는 2만 2051건으로 출시 4개월 만에 두 배 가깝게 성장했다. DUR 점검 자료는 의사나 약사가 처방을 고려했을 때 조회된 데이터인 만큼 실제 처방·조제·복용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처방 추이를 가늠할 수 있다.

국내 출시 직후인 2018년 4분기부터 선두를 굳건히 지켜왔던 삭센다는 5년 만에 위고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10월 1만 9911건이었던 삭센다의 처방전 수는 올해 1월 8704건까지 떨어져 반토막 났다. 삭센다가 2023년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38%를 차지했던 것과 달리 올 들어서는 위고비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삭센다는 10% 미만으로 급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고비는 임상시험에서 체중의 15% 이상을 감량하는 효과가 확인됐고 매일 주사해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는 것이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국내 출시 이후에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전화 등을 통한 비대면 처방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체중 감량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무분별하게 처방을 받는 사례가 발생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비만 치료제의 비대면 처방을 중단했지만 위고비 처방 추이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의료진도 삭센다보다 위고비를 먼저 선택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국내 의료진은 펜터민 35%, 위고비 22%, 삭센다 15%순으로 처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펜터민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3개월 이내로 처방이 권고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비만 치료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비만학회가 조사한 올해 종합병원의 비만 치료제 처방 중단율은 45%, 개원의의 중단율은 42%에 달했다. 약물 치료를 중단한 이유는 ‘가격이 부담스러워서’라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았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치료 초기에 약물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데 가격이 부담스러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상당하다”며 “위고비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가격 인하를 통해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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