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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석방 이후 ‘관저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겸허하게 헌재 선고를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여권 인사와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지난 8일 오후 석방된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9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 여당 투톱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초대해 차담 시간을 가졌다. 오후 8시에 만나 30분가량 얘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여권 핵심부 3인의 차담 회동은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10일 오전 공개하며 알려졌다.

이와 관련 권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앞으로 우리 당 지도부가 잘 이끌어 나가달라는 당부를 했다”며 “서로 건강 관련 안부를 물었고,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 있을 당시의 소회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달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접견하면서 “당 지도부가 아닌 개인 자격”이라고 했었는데, 이날은 취재진에게 “당 지도부가 (석방된 대통령에게) 인사 가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9일 점심에 윤 대통령은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과 장호진 외교안보특보, 홍철호 정무수석을 비롯한 8명의 수석비서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안보실 1ㆍ2ㆍ3차장, 총 15명의 대통령실 참모와 한남동 관저에서 오찬을 했다. 메뉴는 떡만둣국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참석자 면면을 보면 사실상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라고 평했다. 오찬 뒤 참모들은 용산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겨 정 비서실장 주재로 고위급 참모 회의를 열었다.


윤 대통령 석방 뒤 여당은 더 강경해지고 있다. 특히 공수처를 정조준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10일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서 “공수처는 수사권도 없이 공명심만 쫓아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했고, 민주당에 동조하며 권력에 줄을 서는 행태를 보였다”며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며 적폐에 다름 아닌 공수처를 반드시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음에도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했고, 초과 구속 등 위법한 일을 했다. 너무 문제가 많고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와 관련해서도 “인민노련(인천민주노동연합)이라는 곳에 노회찬, 주대환, 마은혁 등이 있었는데 그때 그 사람들이 다 마르크스 레닌주의자”라며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가 사상적, 이념적으로 편향되고 오염돼 헌재 판결 전체에 불신과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을 대통령 불법체포ㆍ국조특위 위증ㆍ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상현 의원에 따르면 최근 윤 대통령은 “검사 생활 30여 년 하면서 공수처처럼 이런 무도한 기관은 처음 봤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런 윤 대통령의 인식이 여당 강경론에 투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탄핵 심판 결과와 상관없이 헌재 판단을 받아들이겠다던 권 위원장은 “헌재가 법적 논란에도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삼았다”며 ‘재판ㆍ소추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은 재판부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재법 32조 논란을 다시 제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발언 자료가 표시된 모니터를 보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강경 기류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했던 공수처를 타깃으로 했다면, 야당은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당시 즉시항고를 포기했던 검찰을 맹공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이 내란 수괴 윤석열에게 증거인멸의 기회를 제공하고, 범인 도피를 도운 것으로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며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즉시 사퇴하라”고 했다.

이날 민주당을 비롯한 야(野) 5당은 “심 검찰총장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손쉽게 투항해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내란 공범임을 자백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심 총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또한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은 이날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검찰총장은 불필요한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시간을 끈 뒤 윤 대통령을 기소해, 구속취소 결정의 빌미를 줬다”며 심 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11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보수 진영 결집에 ‘광장 여론전’으로 맞불을 놓는 셈이다. 앞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9일부터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단식에 돌입했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와 거세지는 여야 대치 상황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헌재 탄핵 선고가 나기 전까지는 양측의 결집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여야가 공수처와 검찰을 각각 타깃 삼은 것처럼, 지지층의 분노를 최대한 끌어올려 분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법원 판단에 대해 즉시항고 하지 않고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보내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 52일, 구속기소 41일 만인 지난 8일 석방됐다. 뉴스1
◇심우정 “즉시항고 포기, 소신 결정…사퇴ㆍ탄핵 사유 안돼”=한편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적법 절차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한 것”이라며 “그것이 사퇴와 탄핵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대검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제도는 52년 전 이른바 유신헌법 시절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입법기구에 의해 도입된 제도”라며 “(보석과 구속집행정지는) 기존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즉시항고를 해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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