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지표 33개 20년치 추이, 부정적 흐름 우세
최저임금 인상 긍정적, 코로나19로 지표 다수 악화
더 벌어지는 격차… 낙관과 더 멀어지는 청년의 미래
최저임금 인상 긍정적, 코로나19로 지표 다수 악화
더 벌어지는 격차… 낙관과 더 멀어지는 청년의 미래
겨울철 서울 시내 한 쪽방촌에서 한 입주민이 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성동훈 기자
‘성장’ 담론이 대세인 시대다. 경제성장률 둔화로 한국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피크 코리아’라는 말까지 유행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말했다. 노동시간 규제 완화, 상속세 완화 등 ‘우클릭’ 정책도 쏟아져 나왔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연관된 지표를 살펴보니 계층, 세대, 지역 간 불평등과 불균형, 양극화 완화라는 한국 사회의 해묵은 과제는 여전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33개의 최대 20년치 수치를 분석해보니 19개 지표가 부정적인 추세를, 14개 지표가 긍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부정적 추세에 가까웠다. 특히 청년과 교육 관련 지표들이 부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 이대로라면 미래 세대 불평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33개 지표는 상위 10% 소득비중 등 소득 관련 9개,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 등 노동 관련 7개, 순자산 상위 10% 점유율 등 자산 관련 6개, 노인빈곤율과 기초수급 아동 비율 등 세대 관련 5개, 가구소득별 사교육비 차이 등 교육 관련 3개, 소득별 건강수명 차이 등 보건·복지 관련 2개와 성별 임금격차 추이 등 젠더 관련 1개로 구성돼 있다. 연도별 추세 파악이 가능한 지표로만 추렸으며, 최소 5년 이상 연속적으로 수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만을 골랐다. 추세선을 그렸을 때 기울기가 0보다 크면 상승세로, 작으면 하락세로 보고 긍정, 부정을 판단했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소득 개선 긍정적 효과
특정 사건이 지표에 미친 영향도 이후 2~3년간의 추이로 평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당해연도 수치가 존재하는 16개 지표 중 11개 지표가 부정적인 흐름으로 바뀌었다. 상위 1% 소득 점유율이나 정규직·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격차, 노인 빈곤율 등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4개는 큰 변화가 없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1개만이 긍정적인 추세로 바뀌었다.
그래픽/엄희삼 기자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최저임금을 16.4% 대폭 인상한 뒤에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변한 것이 19개로 부정적 추세로 바뀐 12개보다 더 많았다. 특히 상위 1% 소득 점유율이 크게 감소하고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율이 증가하는 등 소득 불평등 관련 지표들이 대부분 긍정적으로 변했다. 저임금 정규직 노동자 비율, 임금 하위 10% 대비 상위 10% 배율 등의 감소를 보면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 비율은 소폭 상승했지만, 월평균 임금액 자체의 격차는 더 늘었다. 또한 이 기간 순자산 상위 10% 점유율 등 자산 불평등 관련 지표들은 모두 부정적인 흐름을 보였는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엄희삼 기자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대부분의 지표가 부정적으로 바뀌어 그 여파를 실감케 했다. 19개 지표가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긍정적인 추세를 지킨 지표는 5개에 불과했다. 순자산 1분위와 5분위의 가처분소득 차이,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 등 소득·노동 관련 지표가 빠르게 악화됐다. 자산 격차도 증가했다. 20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가구 소득별 사교육비 차이 등도 증가했다. 서서히 개선 중이던 노인빈곤율 등 7개 지표는 정체됨으로써 사실상 부정적 흐름을 보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픽/엄희삼 기자
소득 불평등 일부 개선, 자산 격차는 더욱 심화
전체적으로는 소득 불평등도가 어느 정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반면 자산 불평등도는 점점 더 심해지는 추세를 나타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동산의 영향으로 자산 불평등의 여러 지표가 꾸준히 악화되고 있는데 정책 실패와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의 경우 가처분소득의 불평등도는 국제 비교상으로 꽤 높은 편이긴 하지만 최근 몇년간 완만하게 개선되거나 최소한 악화 추이가 중단된 면이 있다”며 “자세히 보면 소득 상층의 집중도는 높아졌지만 하층의 빈곤 문제는 문재인 정부 이후 다소 개선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소득 문제가 아닌 자산 격차가 늘 크게 잡히고 여기에 수도권 집중이라는 지역의 문제가 함께 결합해 있다”며 “자산을 매개로 교육 불평등이 연결된다는 흐름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 불평등이 삶의 질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건강수명 차이는 2012년 6.7세까지 줄었다가 다시 꾸준히 늘어나 2020년 8.4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그래픽/엄희삼 기자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지표들도 국제적 비교를 해봤을 때는 턱없이 부족했다. 균등화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를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2023년 기준 14.9%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1.7%(2019년)였다.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OECD 평균이 13.9%이지만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3배에 가까운 38.2%를 기록 중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도 2022년 OECD 평균이 21.1%이지만 한국은 14.8%에 그쳤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23.9%), 일본(24.9%), 프랑스(34.9%)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소득 차이가 교육 격차로… 청년 지표 ‘빨간불’
세대나 교육 등 한국 사회의 미래와 관련된 지표들의 추세는 대체로 어두웠다. 기초수급 아동(0~18세) 비율은 2015년 4.4%에서 잠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가 2022년 4.6%로 다시 증가했다. 20~30대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2006년 19만여명에서 2023년 24만여명으로 늘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수는 2004년 23만여명에서 2024년 39만여명으로 늘었다. 소득 200만원 미만과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2017년 39만원에서 2023년 53만5000원으로 커졌다. 국가장학금 신청자로 파악한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고소득층(월 중위소득의 150% 초과) 비율은 2012년 33.8%에서 2024년 48.9%로 늘어났다.
그래픽/엄희삼 기자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불평등 관련 지표는 경기변동이나 부동산 가격, 사회적 문제제기와 정책적 대응에 따라 격차가 늘어나기도 약화되기도 한다”며 “그러나 미래와 관련된 지표들이 대단히 비관적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사교육비 격차가 늘어나는 걸 보면 교육 격차나 기회 불균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청년들의 쉬었음 비율이 40만이나 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취업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엄희삼 기자
서재현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불평등 완화를 가리키는 지표들이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많은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어 불평등 구조가 심화될 위험이 있다”며 “복지·소득 재분배 정책이 적극적으로 강화되지 않는다면 불평등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웹에서 인터랙티브 뉴스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로 접속하시거나, 주소를 복사해 브라우저에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 인터랙티브 코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뉴스 주소)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5/inequ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