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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셈법 복잡해진 탄핵정국
尹, 與 지도부에 "당 운영 잘했다"
헌재 흔들기 등 여론전 강행 시사
與 강성지지층 목소리 더 커질땐
내란공범 프레임에 중도확장 난항
"野 결집·李 구심점 강화" 의견도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석방된 후 서울 용산구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주변 관계자들을 스피커로 앞세운 형태의 관저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실이 ‘자제된 행보’를 예고한 만큼 윤 대통령은 직접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 변호인단 등의 입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의중이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외부 활동과 메시지를 절제한다는 입장이지만 관저 정치가 본격화되면서 외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외부 일정 없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대통령 명의로 된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석방된 이달 8일 이후 이틀째 공개 행보를 자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여당의 소통은 물밑에서 전개되는 양상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가 전날 한남동 관저를 찾아 윤 대통령과 약 30분간 차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이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에게 “당을 잘 운영해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했다고 신 대변인은 전했다. 권 위원장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앞으로도 우리 당을 지도부가 잘 이끌어나가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윤 대통령의 수감 생활 소회를 듣는 대화가 주를 이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여권에서는 “관저 정치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관저 복귀와 동시에 국민의힘 투톱을 만난 건 국회의원·지지층을 향해 던진 정치적 의도가 뚜렷하다는 해석이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의 ‘당 운영을 잘해줬다’는 발언을 두고 “탄핵 정국에서 ‘내 뜻대로 당내 여론을 잘 가져왔고 앞으로 이대로 관리하라’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지속적인 헌재 흔들기로) 판결에 불복하려는 여론이 당내 조성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여론전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서울중앙지법 영장 청구 논란과 관련해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으며 거짓말의 바벨탑은 반드시 무너진다”면서 “위법 수사와 불법행위의 관련자들은 모두 그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의 관저 복귀로 대리인 측과의 소통이 자유로워진 만큼 사실상 윤 대통령 뜻이 반영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석방 이후의 윤 대통령의 행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표에게 동아줄 하나가 내려온 것”이라며 “이 대표가 비명계에 날 선 이야기를 해 분위기가 안 좋아졌지만 다시 이 대표의 구심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학자도 “지금 윤 대통령의 스탠스라면 당의 입지도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으로서 통합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분열을 가중시키는 메시지만 낸다면 중도층 이탈로 이 대표가 어부지리를 얻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중도층을 겨냥해 활동 반경을 넓혀온 국민의힘 인사들도 전략 수정에 나선 분위기다.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은 그간 대선 출마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대선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석방을 계기로 보수 지지층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이들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탄핵 인용 선고가 나오더라도 ‘1호 당원’으로 영향력·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중을 보이고 있는데 이대로 조기 대선이 현실화된다면 ‘내란 공범당’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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