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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 ‘제2의 티메프 사태’ 우려
직원들 월급 때문에 급히 대출받기도
대기업엔 변제계획, 소상공인은 우선순위 밀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서울 매장에 10일 한 직원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주인집(홈플러스) 눈치가 보여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어요. 당장 4000만원이 들어오지 않아서 현금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지난 4일 8년차 홈플러스 입점점주 A씨는 아침 뉴스를 보고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신청 소식을 처음 접했다. 지점 측은 A씨의 문의에 오전만 해도 “정산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오후에 돌연 정산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당장 1~2월 매출대금 2000만원이 묶였다. A씨는 “홈플러스가 1월 대금 정산을 미루기 위해 정산 예정일(4일)에 맞춰 회생신청을 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홈플러스가 지난 4일 회생 신청을 하면서 1·2월 매출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소상공인들이 ‘제2의 티메프’ 사태로 번질지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가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과는 대금 정산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이렇다할 변제 계획조차 통보하지 않으면서 소상공인들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장 직원 인건비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는 점주도 있다.

10일 홈플러스 미정산 사태 피해점주 140여명이 모인 오픈 카카오톡에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점주들은 ‘직원이 10명인데 인건비 지급이 막막하다’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는 누가 책임지는 거냐’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홈플러스가 회생신청을 하면서 입점 점주들은 1·2월 매출대금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9000만원 이상 매출이 묶인 점주도 있다고 전했다.

점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정산 대금에 대한 변제 계획이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매출 회생채권 규모는 3457억원 수준이다. 홈플러스는 삼성·엘지 등 대기업에는 조기변제 계획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상공인 점주들은 아직 구체적인 변제 계획을 통보받지 못했다. 2월12일 이후 매출대금에 대한 지급 계획이 통보된 지점도 있지만 1월 대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지가 없다.

A씨는 “2월 일부 정산금은 50%씩 두달에 걸쳐 준다는데 그 말은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뜻 아니냐”며 “1월 대금 관련해서는 또 아무 말이 없어서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홈플러스의 긴 정산주기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는 매출이 발생하면 수수료만 홈플러스에 지급하는 식의 계약을 맺지만, 상당수 소상공인들은 매출 대금을 홈플러스에 준 뒤 일정 기간 후수수료를 뗀 대금을 정산받고 있다. 정산주기는 45~60일 수준이다. 당장 3월 물건을 팔아도 홈플러스로 대금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점주 B씨는 “당장 직원 인건비와 카드대금 납기일이 돌아오는데 지금 대처를 할 수가 없다”며 “오늘이 월급날인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점주 C씨는 “미정산 금액 4000만원이 지급되지 않아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직원 월급을 지급했다”고 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서울 매장에 10일 한 고객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점주들은 제2의 티메프 사태를 우려하면서도 홈플러스의 눈치가 보여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C씨는 “협상력이 약한 소상공인들은 주인집인 홈플러스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홈플러스도 이를 알고 점주들은 다소 뒷전으로 밀어두는 것 같다”고 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영업자연합회 사무총장은 “점주들은 논란이 확산하면 불매 운동이 벌어지거나 신용을 잃어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될까 걱정이 크다”라고 했다.

당장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점주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미정산으로 신용등급 떨어지자 일반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한다”면서 “운영자금 대출을 지원해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도 대응에 나섰다. 전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홈플러스 사태 TF’를 설치해 피해 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오는 13일 미정산 사태 피해대책위원회(가칭)를 발족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14일까지 상세 대금 지급 계획을 수립해, 각 협력업체에 전달해 소통할 계획”이라며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를 포함한 모든 협력사들이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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