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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효과’로 올랐던 미국 증시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탓이다. 경제 매체 배런스는 “트럼프 선거 범프(상승)는 끝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시는 트럼프 취임 두 달 만에 대선 이전 수준으로 추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미 대선 당일인 지난해 11월 5일 1만8439.17에서 트럼프 취임 날 1만9756.78까지 올랐다. 12월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2만 선을 돌파하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돈이 몰리는 현상) 효과였다. 하지만 나스닥지수는 2월 19일 이후 3월 4일까지 9거래일간 8.8% 하락했다. 조정 국면 진입으로 해석되는 ‘10% 하락’에 가까이 다가섰다.

승승장구하던 미국 빅테크가 이번에는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3개월간 19%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9.3%)와 애플(-3%) 역시 트럼프 취임 전보다 낮은 주가로 돌아갔다.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같은 기간 24.4% 추락했다.

글로벌 관세전쟁이 경기 불확실성을 키운 탓이다. 관세는 일반적으로 물가를 자극한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미국의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 부과로 미국 가정의 평균 지출은 연 1200달러(약 120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물가가 오른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소비와 고용 지표가 흔들릴 수 있다.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지난 2월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 대비 7만7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1월 증가폭(18만6000명) 대비 크게 줄어든 데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4만8000명)를 밑돌았다.
“미국 국채금리가 아름답게 하락했다”지난 몇 달은 ‘트럼프 풋’의 시간이었다. 트럼프 풋은 트럼프의 정책이 궁극적으로 주가 상승을 일으킬 것이라는 의미다.

첫 임기 때 트럼프가 주식시장 동향을 빈번하게 입에 올렸을 뿐 아니라 주가 상승을 국정 운영의 성적표로 활용했던 만큼 2기에도 주가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1기 때와 달리 현재 백악관은 주가 하락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성과 지표로 삼은 것은 주가가 아니라 국채다. 트럼프는 3월 4일 첫 의회 연설에서 국채금리 하락을 성과로 내세웠다. 트럼프는 “금리가 아름답게 떨어졌다”며 이를 자랑했다. 이는 취임 후 10년물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미국인들의 이자 부담과 국가 부채 부담을 덜어준 것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10년물 국채금리는 올초 4.5%대에서 4.2%대로 0.3%포인트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해 증시 하락을 방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발행한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정부가 갚아야 하는 이자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국채 발행과 고금리가 겹치며 재무부는 작년 8800억 달러(약 1270조원)를 순수 이자비용로 지불했다”며 “이는 전체 재정지출의 13% 비중인 만큼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금리인하, 특히 장기채 금리를 낮게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머스크를 필두로 한 정부효율부(DOGE) 역시 불필요한 지출을 감축하기 위해 출범했고 DOGE는 연방정부 공무원을 대규모로 해고하며 지출 삭감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지출 삭감만으로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주식시장 약세와 금리 하락을 유도해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국채 만기가 올해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미국의 국채 만기도래액은 8조9000억 달러(약 1경2000조원)에 달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더 낮은 금리에서 부채를 리파이낸싱하기 위한 전략을 활용 중”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월스트리트가 아닌 메인스트리트”라며 “월스트리트는 앞으로도 잘해낼 수 있는 만큼 우리는 중소기업과 소비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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