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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는 ‘당혹스러움 반, 반가움 반’일 듯하다. 다분히 원론적이고 희망 섞인 발언이 의외의 큰 파장을 낳고 있어서다. 다름 아닌 ‘K엔비디아 논란’ 얘기다.

이 대표는 민주당 민주연구원 유튜브의 AI(인공지능)를 주제로 한 토론에 참여했다. 여기에서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생겼을 경우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앞뒤 맥락상 AI산업을 키우는 게 중요하고, 그러자면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며, 그에 따른 결과물을 국민이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국민의힘과 잠재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반시장적·반기업적”이라고 반박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의원은 “얼치기 인공지능 대박론에 심취한 위험한 경제관”,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클릭으로 포장하고 사회주의로 나가자는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 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무식한 발언”, 유승민 전 의원은 “황당한 공상소설 같은 얘기”라고 쏘아붙였다. 대부분 30% 성과배분론에 초첨을 맞춘 비판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의도치 않게 얻은 성과는 상당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최대 경제현안인 AI 이슈를 선점하고 ‘1대 다(多)’라는 대선 구도를 선명히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정치적 유불리와는 별개로 K엔비디아 논란에서 AI산업 육성과 엔비디아 같은 기업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는 확실히 형성했다. 중요한 건 엔비디아 같은 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여부다. 거기서 얻은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지는 그다음 문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국부펀드나 국민펀드를 조성해 AI산업을 키우자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하는 쪽에선 혁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우선이라고 맞선다. 윤희숙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 창업자가 우리나라에서 경영하면 52시간 근로 위반으로 감옥에서 오래 썩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혁신 기업을 저주하고 규제만 양산하는 환경에서는 한국형 엔비디아는커녕 기존 기업조차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도 “미국에선 하루에도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문을 닫는다”며 “100만분의 1 경쟁률을 뚫고 살아남은 기업이 엔비디아”라고 말했다. 기업의 창의력이 발휘되고 경쟁력이 입증된 기업에 자금이 지원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국부펀드론이 마냥 틀린 것도 아니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전략적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도 반도체·AI 등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해 50조원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결국 혁신기업이 자라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정부 차원의 대규모 자금지원이 함께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마침 이 대표는 이런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권성동 원내대표와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윤희숙 원장이 토론자로 나서겠다고 한다.

이번 끝장토론을 통해 AI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했으면 한다.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그다음에 토론해도 된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아무 말 대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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