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조절을 위해 인슐린 주사를 계속해 맞아야 하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정신건강을 위협받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
1형 당뇨병 환자의 자살 위험이 비당뇨인보다 2배, 암 환자보다도 1.8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아직 완치가 불가능해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1형 당뇨병 환자의 고충이 막대하므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김규리 교수, 김서현 박사 연구팀은 1형 당뇨병 환자와 암 환자, 일반인구 간 자살위험을 비교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내과학저널(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 게재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진은 2006~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19세 이상인 1형 당뇨병 및 암 환자 각각 4만5000여명, 일반인구 집단 22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추적관찰 중 자살로 사망하거나 자살시도로 인한 입원 등을 종합했을 때 1형 당뇨병 환자의 10만인년(1인년은 환자 1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단위)당 자살 위험 건수는 252.89건에 달했다. 암 환자의 자살 위험은 141.44건, 일반인구에선 129.6건으로 집계됐다. 1형 당뇨병이 미친 악영향을 보다 정교하게 측정하기 위해 연령과 성별, 소득수준, 거주지, 우울증이나 심혈관질환 등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요인들을 보정해 산출한 상대 위험도 역시 1형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구보다 2배, 암 환자보다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앞서 수행했던 다른 연구에서도 1형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구 대비 음주 및 약물 오남용 위험은 4배, 우울증 발병 위험은 3배, 성격 및 행동장애 발병 위험도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혈당 조절 능력을 상실하는 난치성 질환인 탓에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어려움이 커 정신질환에 노출될 위험도 높다. 질환의 특성상 완치가 어렵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처럼 1형 당뇨병을 장애로 판정해 장애인복지법 등의 제도적 테두리 내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재현 교수는 “1형 당뇨병 성인 환자들이 결국 희망을 포기하는 순간을 맞닥뜨린다는 사실이 의사로서 가장 마음 아프다”면서 “환자들의 불편이 큰 만큼 중증난치질환 및 장애 질환 선정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환자들의 투병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