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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보복 대신 여론 형성 기다려
국내 정치권 반대 불구 트럼프 달래기 우선
트럼프 분석해 냉정한 대응·증거로 설득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미국 관세가 두 달째 중단된 것을 축하했다. 당초 이번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보복 조치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지난주 셰인바움과 전화 통화를 한 후 4월 2일까지 관세를 보류하기로 하면서, 이날 열린 행사는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셰인바움에 대한 존경심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산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셰인바움이 트럼프와 두 차례에 걸쳐 관세 부과 유예를 받아내면서 셰인바움 지지율은 트럼프가 취임한 1월 말 이래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현지 언론인 엘 피난시에로 조사에 따르면 셰인바움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취임했을 때 70%에서 지난달 85%로 뛰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포함해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대한 멕시코의 대응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지지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 로이터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셰인바움은 변덕스러운 트럼프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절제되게 대응하면서 트럼프에게 일방적인 관세가 펜타닐 밀수를 근절하기 위한 양국간 노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양자 협력 노력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셰인바움은 트럼프가 관세를 연기하도록 두 번이나 설득했다”며 “우크라이나, 캐나다 정치 지도자 등 전 세계 정치인이 트럼프의 분노에 휩쓸린 것과 달리 셰인바움은 겸손하게 성공했다”고 했다. 워싱턴 윌슨 센터 멕시코 연구소의 펠로우인 카린 지시스는 WP에 “셰인바움은 트럼프와 균형 잡힌 모습을 보였고, 세계적으로 독특한 존재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셰인바움은 트럼프가 2월 초,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을 때부터 트럼프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 양보하는 전략을 썼다. 멕시코 정치권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트럼프의 우려를 달래는 것을 우선했다. 트럼프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문제 삼은 펜타닐 선적과 불법 이주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29명의 마약 밀수범을 미국으로 인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 법률학자는 멕시코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셰인바움은 마약 밀수범을 미국에 넘겼으며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1만 명의 병력을 추가로 파견했다. 추가로 투입된 국가 경비대 인력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는 모든 차량을 멈추고 운전자를 심문했고, 자동차 주변에 마약 탐지견을 투입했다.

또한 셰인바움은 ‘타이밍 정치’를 선보였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 부과 방침에 즉각적으로 보복 관세를 발표한 것과 달리 셰인바움은 트럼프와의 대화를 우선하며 보복 관세 부과를 보류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으로 미국 주식 시장이 폭락하고 소매업체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트럼프에게 관세 부과 조치를 철회하라는 압력이 높아졌고, 이것이 멕시코에 기회를 줬다. WP는 “멕시코 정부는 자체적으로 관세 보복 조치를 내놓지 않고도 관세 철회 압력을 키웠다”며 “멕시코는 캐나다처럼 트럼프의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셰인바움은 ‘얼음 여인’이라는 별명답게 냉정함도 유지했다. WP는 셰인바움 보좌진을 인용해 “트럼프와의 통화를 철저하게 준비했고 장관, 기업 리더 등과 협의한 것은 물론 트럼프 스타일을 연구했다”며 “무엇보다 셰인바움은 트럼프의 모욕에 화를 내는 대신 침착하게 사실만을 말했다”고 전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포함해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대한 멕시코의 대응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나서자 모인 지지자들. / 로이터

일례로 트럼프가 지난 4일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 국경을 넘는 펜타닐 선적을 중단하는 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25%의 관세를 계획대로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셰인바움은 국토안보부의 데이터가 담긴 그래픽을 트럼프에게 보냈다. 지난해 10월 자신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미국 남부 국경에서 미국이 압수한 펜타닐양이 급감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그래픽이었다. WP는 “셰인바움은 트럼프에게 멕시코에서 펜타닐이 중단됐기에 미국에 도착하는 펜타닐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셰인바움은 기자들에게 “그(트럼프)는 우리가 그에게 이 그래픽을 보내기 전까지 그래픽에 대해서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셰인바움은 트럼프에게 멕시코 정부의 펜타닐 사용 억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셰인바움과의 통화 이후 “나는 전화를 많이 걸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나는 그 여성(셰인바움)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녀가 그 말을 하자마자 내가 ‘정확히 그렇다. 정말 좋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셰인바움이 트럼프로부터 관세 유예를 받아냈지만, 아직 트럼프가 관세 철회를 결정한 것이 아니기에 멕시코는 관세 위협에 노출돼 있다. 멕시코 경제가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반복적인 관세 위협, 멕시코에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미국 이전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경우 멕시코 경제는 흔들릴 수도 있다.

멕시코 정부 추산에 따르면 트럼프의 보호무역 조치로 인해 멕시코 총수출의 최소 10%가 미국 관세에 직면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일각에선 멕시코 수출의 최대 40%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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