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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5당 대표 비상시국 공동대응을 위한 원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자 ‘우 클릭’과 ‘통합’을 도모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시 싸움터로 향했다. 8일 진보진영 군소 4당(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대표와 함께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 참석했던 이 대표는 9일 이들과 원탁회의를 연 뒤 국회 농성을 거쳐 다시 거리 집회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원탁회의에서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내란 수괴가 산수 문제(구속 기간 계산 착오)로 석방되는 걸 어떤 국민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을 대신해 저희가 전면에서 어떻게 치열하게 싸울지 논의하겠다”고 했다.

최근 ‘중도 보수’를 자처하며 민생ㆍ경제를 강조하던 이 대표 ‘우 클릭’ 행보에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6일 여야 협상에서 진전을 보인 국민연금 모수 개혁 문제는 이 대표의 결단이 남은 상태였고, 이 대표는 지난 7일 여당의 배우자 상속세 폐지 주장에 “받겠다”고 말했지만 당분간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주 사흘 정도가 아주 비상 상황이고 헌재 일정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국정 협의체에서 바로 뭘 의미 있는 진전이 생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10일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여야 국정협의회가 예정돼 있다.

최근 당내에선 대선 후보 경선 캠프에 이해찬계로 분류돼 온 윤호중 의원, 중도·중립 성향으로 평가되는 강훈식 의원에 요직을 맡길 거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윤 대통령 석방은) 심 총장 그 사람이 다 짜고 한 거다. 용서하면 안 된다”(익명 원한 최고위원)는 등 강경파의 목소리에 잔뜩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반면, 10일로 예정됐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의 만남은 연기됐다. 이 전 지사는 당내 대표적인 중도 실용주의 성향의 인사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당장은 이 대표에게 득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대표한테는 현 상황이 좋을 수 밖에 없다”며 “단적으로 매불쇼 발언 등 논란도 싹 들어가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2023년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언급하며 “(비명계인) 당내 일부와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해 비명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 대표의 사과를 먼저 듣고 뵙겠다(7일, 김두관 전 의원 페이스북)”, “찬물 끼얹는 발언을 한 데에 저만 바보 된 느낌(7일, 박용진 전 의원 페이스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균열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사태로 빠르게 임시 봉합되는 분위기다. 비명계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은 “(헌재는) 내란수괴가 대통령직을 부부방탄용으로 써먹게 내버려두면 안된다”(8일 박 전 의원)다거나 “탄핵이 인용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께서 국회에서 내란 세력, 내란 정당과 싸우고 있다”(9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등의 메시지를 냈다.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 효과도 체감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참가자가 15만 명이라고 자체 추산했다. 민주당의 3선 의원은 “헌재 선고 전까지는 강경 투쟁 모두가 불가피하게 됐다”면서도 “그 뒤 대선까지 60일 이내에 또 다시 중도·통합 노선을 전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도 “자칫 지지층의 분노에만 반응하려다 보면, 중도층 민심과는 다시 멀어질 수 있다”며 “이어질 민심의 격랑 속에서 정교하게 행보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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