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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金 방송 매진 행렬
편의점에는 ‘골드바 자판기’
‘위기에 빛난다’ 실물 선호 뚜렷
“보관·유동화 주의해야”

‘현대판 골드러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에 전 세계적으로 금(金)값이 치솟자, 국내에서도 홈쇼핑이나 편의점 자판기, 중고 거래 플랫폼 같은 이색 채널을 통한 금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95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금 가격 역시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 금시장을 기준으로 30% 가까이 상승했다.

이전까지 ‘금 투자’하면 실물보다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관련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가가치세와 세공비를 더 내고라도 금 실물을 직접 사서 보관하는 수요가 증가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금제품이 진열돼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자,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같은 국가적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경험한 중장년 세대가 금을 직접 만질 수 있는 실물 형태로 사는 것으로 분석한다.

TV 보며 660만원 골드바 쇼핑... 두 시간에 4000세트 팔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홈쇼핑 채널에서 금 관련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이 지난달 선보인 30g(그램)짜리 삼성금거래소 골드바는 660만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약 500개가 팔렸다. CJ온스타일에 따르면 TV 홈쇼핑 채널 기준 골드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0% 증가했다.

CJ온스타일은 반응이 예상보다 좋자, 지난달 말 T커머스 채널 CJ온스타일플러스에서 재차 금 상품을 팔았다. T커머스는 시청자가 TV와 리모컨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홈쇼핑 서비스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이 방송을 통해 목표했던 것보다 270%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고 했다.

KT알파 쇼핑 역시 지난달 중순 두 차례 진행한 24K 순금 판매 방송에서 120분 동안 13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두 시간 동안 팔린 금 상품은 4000세트에 달했다. KT알파 쇼핑은 금 실물 수요가 늘자, 금고(金庫) 관련 방송도 함께 기획했다. KT알파 쇼핑에 따르면 금고 판매량은 목표 대비 130%를 기록했다. KT알파 쇼핑은 이후 두 차례 더 금과 금고 판매 방송을 특별 편성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순금 관련 상품 편성 횟수를 작년보다 20% 늘렸다. 이에 따라 순금 상품 주문액은 3배 증가한 300억원을 돌파했다.

그래픽=손민균

자판기서 음료수 뽑듯... 일상으로 스며든 금 투자
금은 편의점에서도 히트 상품으로 발돋움했다. GS리테일은 2023년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 금 자판기를 도입했다. 금 자판기에서는 1.875g(반 돈)부터 75g 골드바(20돈)까지 중량별로 금을 판다.

가격은 국제 금 시세를 반영해 매일 수정된다. 음료처럼 원하는 금 중량을 선택하고, 돈을 내면 바로 금을 받을 수 있다. 도입 초기 이 자판기를 들인 매장은 6개뿐이었다. 올해는 30개로 5배 늘었다.

윤지호 GS리테일 서비스기획팀 MD는 “편의점에서 고가 귀금속류를 재고 관리나 도난 측면에서 부담이 커 그동안 주문 판매로 파는 경우가 많았다”며 “금 자판기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소액 투자 트렌드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런 제약 사항을 해결해 줬다”고 했다.

최근에는 당근이나 번개장터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금을 사고파는 소비자도 많다. 이들 플랫폼에는 금반지부터 골드바, 금이빨까지 다양한 금제품이 올라온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급매물도 적잖이 나타난다.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금제품을 사면 세금과 세공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통상 보석점에서 금반지나 골드바를 사면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여기에 보석점은 크기나 난이도에 따라 1~2%에서 많게는 수수료를 포함해 10%에 달하는 세공비를 별도로 청구한다.

하지만 개인이 파는 금은 과세 대상이 아니라 세금 부담 없이 금을 살 수 있다. 대신 사고 발생 방지 차원에서 일부 플랫폼은 금 거래 금액에 제한을 두고 있다. 가령 당근에서는 100만원이 넘는 금제품을 사고팔 수 없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관계자는 “금은 현물과 다름없다. 중고로 거래하든지 보석점에서 사든지 믿을 만한 기관이 인증한 보증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세계 경제·정세 동시 불안... 손에 쥐는 ‘안전자산’ 선호
보통 금리를 인하하면,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자금)이 늘어나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동시에 가치가 떨어진 화폐 대신 금 같은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 시각) 금리를 인하해 미국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박상현 HI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수요를 촉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금 실물 선호 현상이 단순히 경제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뿐 아니라 국제 정세에 대한 안전장치를 스스로 마련하는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한국 중장년층은 1997년 IMF라는 국가적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경험했다”며 “금을 국가나 가정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마지막 비상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1997년 12월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가 외채를 갚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 일환으로 ‘애국 가락지 모으기’ 행사를 펼치고 있다. /조선DB

금 실물은 손에 쥘 수 있는 유형 자산이다.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디지털 시스템이나 중개자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실체가 있는 자산을 직접 보유한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준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위기에서도 가치를 유지한다. 2011년 동일본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금 실물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다만 금 실물 투자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금 실물은 양이 많을 경우 도난, 분실 또는 손상될 위험을 감안해 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보험이나 보관에 드는 비용은 장기적인 수익성을 저해한다. 그렇다고 비용이 아까워 적절한 보험에 들지 않으면 이후 상당한 재정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금 실물이 금 펀드보다 유동성이 낮다는 점도 인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 펀드는 간단히 매매 버튼을 누르면 되지만, 금 실물은 구매자를 찾아야 팔 수 있다.

특히 빠른 현금화가 필요할 때 금 실물을 현금으로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 일부 구매 채널은 상당한 수수료를 부과한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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