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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튿날인 9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경기 안양시에 사는 여모씨(48)는 9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나왔다고 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취소돼 석방되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고 했다. 여씨는 “주말에 일이 보통 오후 8~9시에 끝나서 집회를 한 번도 못 나왔는데 이날은 생업을 포기하고 나왔다”며 “윤석열을 구속해둬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어떻게 구치소에서 두 발로 나올 수가 있냐”고 말했다.

이날 경복궁역 앞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집회에 나온 참가자 중에는 여씨처럼 윤 대통령 석방 소식에 분노해 계엄 사태 이후 처음 집회에 참석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씨(57)는 “윤 대통령이 주먹을 들면서 지지자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 났다”며 “윤 대통령 탄핵 절차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관망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모씨(35)는 “(윤 대통령 석방은) 선을 많이 넘은 것 같다”며 “계엄도 말이 안 되지만 탄핵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일하게 생각했나 싶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튿날인 9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시민들은 윤 대통령 석방을 만들어낸 수사기관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송진혁씨(30)는 “윤 대통령 파면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해 집회에 나오지 않았는데,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을 위해 법을 유리하게 해석한 법원과 항고 없이 놓아준 검찰을 보고서 사법 시스템을 믿을 수 없게 돼 나왔다”고 말했다. 여씨도 “대한민국 어떤 범죄자가 이런 특혜를 누리냐”며 “검찰이 항고하지 않은 것은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에 윤 대통령 석방이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유모씨(60)는 “윤 대통령 석방이 헌재 재판관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냐”며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까봐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진씨도 “헌재가 하루빨리 선고일을 확정짓고 탄핵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며 “진영에 관계없이 헌재가 내릴 결론에 승복하는 것만이 안정을 되찾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경복궁역에서 안국역까지 행진했다.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6000여명, 주최 측 추산 연인원 10만명이 참석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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