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앰배서더 다리에서 트럭들이 미국-캐나다 국경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캐나다산 일부 농산물에 ‘최고 100% 추가 관세 적용’을 발표하면서 최근 미국 관세정책에 동조하는 캐나다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미국의 관세 위협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선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중국의 캐나다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 관세 발표를 두고 ‘캐나다에 경고 사격을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미국과 똑같이 중국산 수입품에 2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두 국가에 적용할 25% 관세를 완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는데, 캐나다가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을 우려한 중국이 견제구를 던졌다는 것이다.
앞서 이날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캐나다산 유채씨유, 깻묵(기름을 짜내고 남은 깨의 찌꺼기), 완두콩에 대해 추가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수산물과 돼지고기에는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위원회는 이번 관세 조치의 배경으로 지난해 10월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알루미늄과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점을 언급했다. 4개월이 넘은 시점에 보복 보치를 발표한 것이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에서 중국을 담당하는 댄 왕은 “중국은 미국의 무역 정책에 너무 긴밀하게 동조했을 때 어떤 비용을 치르게 될지 캐나다에 알려주기 위해 이 시점에 공격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실제로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재무장관 등 일부 각료들은 9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퇴임을 앞두고 미국의 중국 견제에 가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맞불 관세를 발표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르블랑 장관은 전날 보도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북미 시장 덤핑(상품을 정상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조치를 마련할 준비 돼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을 조기에 개정하길 원한다면 이에 응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당초 세 국가는 2026년 USMCA 협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각각 통화를 마친 후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4월2일까지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와 협상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북미 국가 간 ‘관세 전쟁’은 일시 중단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으로 북미 투자·산업의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기업은 채용을 중단했고, 소비자 신뢰도는 급락했으며,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빠져나와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