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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정부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이 핵무기 개발 문제를 협상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의 제안을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협상’이 아닌 “강대국의 겁박”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8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라마단 정부 각료 회의에서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겁박하는 강대국의 협상 요구는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가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란은 그들의 기대에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그들의 요구는 우리의 방위 능력과 국제적 영향력에 관련한 것”이라며 “그것은 협상이 아니다. 명령하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고지도자의 이런 반응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무기 개발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협상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인정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에 와 있다”면서 “그들이 핵무기를 갖게 할 수는 없으며, 우리가 곧 평화 합의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타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그는 2기 정부 출범 뒤에도 이란이 핵 협상을 거부할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해 왔다. 지난달 초에는 이란에 대한 고강도 경제 제재 등 ‘최대 압박’에 나서도록 재무부에 지시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화 제안을 한 것은 군사 행동과 고강도 경제 제재라는 카드를 손에 쥔 채 이를 피하고 싶으면 비핵화 합의에 응하라고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을 다루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군사적인 것과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라며 “나는 합의를 선호한다. 그들을 해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핵합의 파기와 이후 이어진 고강도 제재를 경험한 이란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메네이는 지난달 7일 미국이 JCPOA 타결 3년 만에 이를 일방적으로 뒤집은 일을 거론하며 “지금 재임 중인 사람이 그 합의를 파기했다”며 “미국과 협상해도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이란의 숙적인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이란 내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 회의에서 “미국이 ‘최대 압박’과 위협을 계속하는 한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그라치 장관은 JCPOA 타결의 주역 중 한 명으로 이란 내 ‘협상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란이 대화 요구를 일축하자 브라이언 휴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란 정권이 테러보다 자국의 국민과 최고 이익을 우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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