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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민 찐 베트남 총리. AFP=연합뉴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베트남을 겨누는 것도 시간문제다.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둔 한국 대기업의 긴장감도 높아간다. 베트남은 총리 주도로 미국 달래기에 한창이다. 트럼프 행정부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에게도 구애하고 나섰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베트남의 지난해 대(對)미 무역 흑자 규모는 1235억 달러(약 178조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 대미 무역 흑자 규모(약 81조원)의 두 배 이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후 대미 무역 흑자국 1위인 중국은 물론, 2위 멕시코를 겨냥해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3위 베트남은 아직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 한국 같은 동맹국에도 관세 폭탄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가 베트남은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미·중 갈등 상황에서 공급망으로써 중국의 대체재인 베트남의 역할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하노이 박닌성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전경. 뉴스1
그렇다고 베트남이 안전지대는 아니다. 베트남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 경우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를 휩쓰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LG전자 냉장고, 효성 타이어코드를 만드는 곳이 베트남 공장이라서다. 베트남에서 만든 한국 제품이 베트남 수출품으로 잡히는 만큼 한국 제품도 (미국이 관세를 매길 경우) 엄연한 관세 부과 대상이다.

베트남의 대응도 발 빨라졌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대표기업 38곳 임원을 하노이로 초대해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미국과 무역수지를 조정하기 위해 조처를 하고 있다”며 ‘항공기, 무기, 액화천연가스(LNG), 농산물, 의약품 등 미국 제품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업이 베트남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행정 및 법제도 개혁 ▶인프라 및 인력 개발과 미국 기업 대한 투자 지원 ▶무역 불균형 완화 등을 약속했다. 로이터는 “베트남의 갑작스러운 변화”라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일론 머스크에게도 구애했다. 팜 민 찐 총리는 간담회에서 “스타링크(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사업 허가를 신속하게 발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가 베트남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세워야만 사업을 허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일본의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방위비 증가’ 등 제안이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선제 대응도 한국이 참고할 ‘선례’가 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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