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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78
태극기 집회에서 어퍼컷 날리는 모습 볼 수도
“탄핵 찬성” 점점 커지는 여론 흐름과 어긋나
윤석열에 인질로 붙잡힌 보수 세력 몰락 위험
윤석열 대통령이 3월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 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 제목은 ‘왕의 귀환’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에서 내렸습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고 머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영웅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또다시 차에서 내렸습니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김건희 여사가 기다리는 관저로 들어갔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수많은 국민은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구속 취소 결정을 한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공범들의 내란 재판을 하는 바로 그 재판부입니다.

엄정한 절차가 요구되는 형사재판에서 재판부가 깐깐하게 원칙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 유지라는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합목적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습니다.

구속과 수사권에 대한 지엽적인 조문을 이유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서 발생한 작은 법적 공백을 이유로,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준 재판부의 결정은 상식에 반하는 처사입니다. 즉시항고를 가로막은 심우정 검찰총장의 결정도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될 검찰과 법원의 결정과 재판을 통해 바로잡아 나가야 합니다.


당장 궁금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석방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리고 조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입니다.

법원의 결정 직후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 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도 오직 헌법 가치에 입각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권영세)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법원의 입장이 이번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십분 반영될 것이다, 이렇게 예상하고 있다.”(권성동)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헌법재판소 역시 평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무리한 법적 해석과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않았는지, 헌정 질서를 훼손한 요소는 없었는지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정혜전 대변인이 입장문을 냈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보여주기식 불법 수사가 뒤늦게나마 바로잡혔다. 대통령실은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복귀를 기대한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이런 요구는 가소로운 것입니다. 그들만의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헌법재판에 밝은 법조인들은 한결같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가 이미 최종 변론을 마친 탄핵심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월25일 변론을 종결한 뒤 매일 재판관 평의를 열어 쟁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인터넷 홈페이지 변론 일정에는 3월18일 오후 2시 ‘법무부 장관(박성재) 탄핵’이 올라가 있습니다. 3월17일까지는 아무런 일정이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를 3월17일 이전에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 선고 2~3일 전에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쪽에 선고일을 통보할 것입니다. 만약 3월14일에 결정 선고를 한다면 11일이나 12일에는 선고일 통보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을 피할 수 있을까요? 저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풀려났지만 12·3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는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선고도 불구속 상태에서 이뤄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는 국정농단이었는데 현직 대통령 불소추특권 때문에 수사를 할 수도, 구속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파면 뒤에 검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됐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파면 뒤에 얼마든지 다시 구속될 수 있습니다. 법원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 국민의힘 공천 개입(공직선거법 위반) 등 그동안 저지른 수많은 죄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 재구속 여부는 수사기관의 의지와 국민 여론에 달렸습니다.

3월8일치 여러 신문 사설도 윤석열 대통령의 자중을 당부했습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윤 대통령 형사재판에서의 절차상 하자에 관한 것이다. 내란죄의 실체는 향후 재판에서 다뤄질 문제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도 별개의 사안이다. 비상계엄 선포와 실행 과정에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 헌재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탄핵심판에서 공수처의 수사기록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고, 내란죄 성립 여부는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동아일보)

“법원의 판단은 소송 절차에 대한 것일 뿐 탄핵심판이나 내란죄 재판 자체와는 무관하다.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도 없잖다. 정치권과 탄핵 찬반 지지자 모두 법원 결정을 확대 해석하지 말고, 차분히 사법 절차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한국일보)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에는 곧바로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갑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기 대선에 뛰어들까요? 그럴 것 같습니다.

태극기 집회에 나가서 전광훈 목사와 포옹을 할 수 있습니다. 전매특허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도 개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지지하고 사면을 약속하는 주자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3월7일 경기 안양시 평촌중앙공원에서 유세하면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아니라고요? 그럴 리가 없다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계속 ‘상상 그 이상’을 우리에게 보여줬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석방 결정에 대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보인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더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법원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 취소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혼란을 초래한 공수처는 폐지되어야 합니다.”(한동훈)

“검찰은 내란죄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 검찰에서 한 수사 서류는 모두 무효이니 공소 취소부터 즉각 하십시오. 그리고 탄핵도 당연히 기각되어야 합니다.”(홍준표)

“공수처의 권한도 없는 수사, 무리한 체포를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어떠한 책임이라도 져야 할 것입니다.”(오세훈)

한동훈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메시지가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아예 탄핵심판 기각을 주문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철저히 예우하는 이유가 뭘까요? 대선주자 지지도가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날이 갈수록 극우화하는 당심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에게 ‘찍히면’ 경선에서 패배하기 때문입니다.

3월7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재명 35%, 김문수 10%, 한동훈 6%, 홍준표 5%, 오세훈 4%, 이준석·조국 1%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국민의힘 네 사람 지지도를 다 합쳐도 25%에 불과합니다.

3월7일 한국갤럽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한국갤럽 누리집 갈무리

거기다가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권교체’와 ‘정권승계’ 격차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도층 민심은 국민의힘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당심과 민심이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이 탄핵심판과 조기대선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이번주에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끈 쥔 주먹과 환한 웃음이 윤석열 대통령 자신과 국민의힘에 과연 도움이 될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지금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질로 붙잡힌 꼴입니다. 이대로 질질 끌려가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몰락할 것입니다. 벗어나는 길은 딱 하나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버리는 것입니다. 가능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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