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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소문만 무성하던 신한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2023년 3월 현대카드가 최초 도입한 후 약 2년만인데요. KB국민카드도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금감원 약관 심사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현대카드에만 적용되던 애플페이가 이르면 이달 중 신한카드, KB국민카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애플페이가 현대카드 이외에 다른 카드에서도 확대 적용된다는 소식에 애플페이 사용자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혜택이 많은 ‘혜자 카드’가 줄어들지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애플페이와 ‘혜자카드’와 무슨 연관 이길래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까요.



신한카드의 애플페이 도입 이야기가 처음 흘러 나온 곳은 애플 사용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였습니다. 지난달 말 신한카드 앱 ‘신한SOL페이’에서 유출된 애플페이 관련 개인정보 제공 약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게시글은 곧바로 삭제됐지만 신한카드의 금융감독원 약관 심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아직 신한카드나 KB국민카드 모두 애플페이 도입을 공식화하지 않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애플페이 도입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애플과의 비밀유지 조항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두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 현대카드와 애플페이의 독점 계약이 종료된지 1년이 지났는데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신한카드나 국민카드가 모두 입장을 바꿔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현대카드의 무서운 성장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신금융협회 통계를 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166조2688억 원의 신용판매액을 기록하며 오랜 기간 업계 1위를 지켜온 신한카드를 제쳤습니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2030 세대 고객층도 급증했습니다. 1월말 기준 현대카드의 20대 회원 수는 98만명으로, 1년전 보다 11.4%가 늘었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직 NFC 단말기 보급률이 10% 수준에 그치는 데다 대부분이 소매점 위주라 매출 증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간편결제가 기본값이 된 만큼 결제 편의성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젊은 고객 유치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애플페이 도입으로 매출이 늘어나진 않지만 젊은 고객층을 잡아둘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죠.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애플페이’를 무조건 외면할 수만은 없었던 겁니다.

다른 카드사들까지 애플페이가 도입이 되면 새로운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으로 인한 수수료 부담을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페이의 결제 수수료는 건당 0.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국내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이 가시화될 경우 경쟁사인 삼성페이도 10년간 유지해 온 수수료 무료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당국은 아직은 원칙론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결제 수수료는 소비자나 가맹점이 아닌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어떻게 될지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카드사가 흡수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라고 말하기도 했죠.

금감원이 9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내부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면, 금감원은 8개 카드사들이 모두 애플페이를 도입했을 때 올해 부담해야 할 수수료를 약 116억원 정도로 추산했습니다. 전체 카드사들의 영업이익이 약 2조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엔 ‘삼성페이 유료화’라는 변수는 빠져있습니다. 게다가 카드 업계는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라는 당국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카드사들이 연회비를 인상하거나 혜택이 많았던 주요 카드를 단종시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우려가 있는거죠. 일종의 ‘눈속임’이죠. 이 경우 사실 금융당국이 들여다본다 해도 애플페이로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애플페이를 최초 도입한 현대카드도 2023년 3월 이후 아멕스 센츄리온 3종(2024년 2월), 배민현대카드(6월), 대한항공카드 4종(7월), 네이버 현대카드(2025년 1월)같은 인기 카드를 잇달아 단종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2021년 신용카드 단종은 255개, 2022년 67개, 2023년 405개, 2024년 482개 등으로 최근 2년간 급증했습니다. 이번 신한·국민카드의 애플페이 도입 이후 어떤 ‘혜자 카드’가 단종될지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당국 반응은 미온적이었다”며 “애플페이 도입으로 수수료 부담이 가중될 경우, 향후 고혜택 카드의 단종이나 축소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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