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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들이 리테일 창구를 통해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STB),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 홈플러스 관련 단기물을 적극 판매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개인 투자자 피해 규모가 계속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CP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리테일 판매사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팔 때는 A3 영역에 있던 단기채 신용등급이 팔고 난 뒤 부도 등급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ABSTB처럼 복잡한 상품은 구조를 알아도 설명이 쉽지 않아 상당수 고객이 대형 마트와 연관된 카드사 이름만 보고 가입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중 한 곳인 하나증권 리테일 창구에서 홈플러스 관련 단기물(CP·STB·ABSTB 등)이 2000억원 넘게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과 개인 고객 판매량이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규모가 이 증권사에서만 1000억원을 웃돈다는 의미다.

CP나 ABSTB 등의 단기물은 모두 기업이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채권이다. 이 중 ABSTB는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등의 자산을 유동화하고자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발행하는 금융상품으로, 만기는 3개월이다. 업계는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 절차 신청으로 개인 투자자 피해액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리테일 판매사들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단기채 판매에 열을 올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 신청 직전까지 단기물을 발행했다”며 “신용등급이 A3로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금리를 6∼7%로 높게 줬기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신용평가사들은 기업회생 신청 직후 홈플러스의 단기채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에서도 가장 낮은 D로 하향 조정했다. 법정관리에 착수한 만큼 개인 투자자의 원금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개인 고객 다수는 상품 구조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홈플러스·현대카드·롯데카드·신한카드 등 친숙한 대기업 이름만 보고 단기채를 샀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예컨대 ABSTB는 홈플러스(채무자)가 카드사(채권자)와 체결한 카드대금 채권을 기초로 유동화한 채권이다. 홈플러스가 신용카드로 납품업체 물품을 사면 카드사가 향후 홈플러스로부터 대금을 받을 권리를 증권화시켜 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창구 직원이 상품 구조를 잘 모를 수 있고, 알더라도 이를 쉽게 설명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로선 유명 대형마트와 카드사 이름이 등장하니까 부실 리스크는 신경 안 쓰고 6~7%의 높은 금리에만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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