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받아들였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8일 오후 5시 20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하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지 52일 만에 석방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돌아갔다.

이날 검찰의 윤 대통령 석방은 서울중앙지법이 윤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한 지 약 28시간 만에 이뤄졌다. 검찰이 구치소에 석방지휘서를 보내는 간략한 절차에 이르기까지 하루 넘게 고심을 거듭한 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 여부를 놓고 윤 대통령을 기소한 특수본과 대검찰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였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직후 이진동 대검 차장과 참모 그룹인 대검 부장단을 모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로 인해 수사 서류가 법원에 제출된 기간을 일(日)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위헌 논란' 의식한 檢…즉시항고 포기
심우정 검찰총장이 7, 8일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는 안을 논의했다. 뉴스1
다만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로 불복하는 것은 헌법 위반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검사가 즉시항고해 피의자·피고인의 구속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본 결정에 따라 구속취소 결정 역시 즉시항고로 불복할 경우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게 대검의 판단이다.

물론 형사소송법상 구속취소(제97조)에 대해선 여전히 즉시항고 제도가 남아 있지만, 대검 간부들은 윤 대통령 측이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에 나설 경우 위헌으로 결론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재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즉시항고는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다”고 설명했다.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석방하자는 대검 입장에 수사 실무를 맡은 특수본에선 반발하는 기류가 거셌다. 법원이 구속 기간을 일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도과한 상태에서 기소가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은 형사소송법과 그간의 구속 수사 실무 관례와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피의자 상당수는 불법구금이란 말"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놓고 대검찰청과 특별수사본부는 약 28시간에 걸쳐 이견을 조율했다. 연합뉴스
수사팀 내부에선 “이번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를 석방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구속 수사의 실무 자체가 180도 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지금 구치소에 있는 피의자와 피고인 중 상당수는 불법 구금 상태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특수본은 서울구치소에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지휘서를 송부한 직후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문 중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산정해야 하므로 검찰의 공소제기가 구속기간 만료 후 이뤄졌다'는 취지의 판단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법원의 법리적으로 잘못된 결정에 대해 불복하여 이를 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28시간 논의 끝 심우정 결단 "석방하라"
그래픽=김영옥 기자
8일 새벽까지 이어진 대검과 수사팀 간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자 8일 오전 재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심우정 총장은 석방 지휘 및 즉시항고 포기를 직접 지시했다. 다만 검찰은 윤 대통령 석방 이후에라도 법원이 구속취소를 결정하며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공소가 제기됐다”고 한 것에 대해선 본안 재판에서 반대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이번 법원의 구속취소 판단은 윤 대통령의 본안 재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법률가들 사이에서 우세하다. 헌재 헌법재판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변호사는 “이번 중앙지법의 판단은 구속상태를 유지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으로, 기소행위하고는 별개의 사안이다”며 “법원 결정문에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소를 한 것은 검찰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181 연초 오름폭 커진 서울 아파트값…1∼2월 계약 55% '상승 거래' 랭크뉴스 2025.03.09
46180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튿날…서울 곳곳 대규모 찬반 집회 랭크뉴스 2025.03.09
46179 불황때 더 잘 팔린다…명품백 대신 누리는 '작은 사치' 뭐길래 랭크뉴스 2025.03.09
46178 트럼프 “러시아 관세·제재” 공허한 위협…생색내기용 비판 랭크뉴스 2025.03.09
46177 간미연 “작은교회 찬양 섬기는 요즘 행복해요” 랭크뉴스 2025.03.09
46176 커져가는 머스크 리스크…믿고 맡기던 트럼프도 첫 제동 랭크뉴스 2025.03.09
46175 대통령실 “尹, 외부활동 자제… 겸허히 헌재 선고 기다릴 것” 랭크뉴스 2025.03.09
46174 ‘윤석열의 인질’ 된 국힘, 살길은 딱 하나 랭크뉴스 2025.03.09
46173 尹, 구치소 걸어나와 주먹 불끈 울먹…지지자들에 "감사합니다" 랭크뉴스 2025.03.09
46172 “횡령·배임 막자”… 4대 은행, 한 부서 장기근무자 절반 넘게 줄여 랭크뉴스 2025.03.09
46171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폐쇄 거점시설 운영 랭크뉴스 2025.03.09
46170 발달장애인 이용해 불법대출 복지사…"해고 부당" 구제신청 결국 랭크뉴스 2025.03.09
46169 '이승만 학교' 만든 손현보, "북한 애들 김일성 배우듯 성경 주입" 랭크뉴스 2025.03.09
46168 내란수사 국면마다 '멈칫'‥검찰총장 책임 없나 랭크뉴스 2025.03.09
46167 국회 등장한 홍준표, 한동훈에 “양심이 있어야지”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3.09
46166 "100% 조작"‥헌재 공격·음모론 '기세등등' 랭크뉴스 2025.03.09
46165 尹탄핵심판 이번주 선고 가능성…경찰, 헌재 앞 주유소 폐쇄 추진 랭크뉴스 2025.03.09
46164 "외국인 단체 관광객 다 어디갔나 했더니"…여기로 몰렸다 [똑똑! 스마슈머] 랭크뉴스 2025.03.09
46163 정규직 700명 뽑는다… '8조 흑자' 공기업의 '통 큰 채용' 랭크뉴스 2025.03.09
46162 화들짝 놀란 '찬탄' 오늘 10만명 광화문 운집 예고…"서울도심 교통 마비 우려" 랭크뉴스 202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