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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차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마친 시민과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경복궁 동십자각 일대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 오후 5시 30분쯤 검찰의 석방 지휘 소식이 전해지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구속해야 한다”거나 “검찰도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석방 소식이 전해진 직후 탄핵 촉구 집회로 달려온 참가자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들 중에는 분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씨(23)는 아이돌 그룹 ‘엔믹스’의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 김씨는 “(12·3 비상계엄 이후) 초반에 잘 나오다가 아르바이트 때문에 최근 집회에 못 나왔는데, 구속 취소 결정 소식을 보고 오후 5시에 퇴근하고 바로 왔다”라며 “(윤 대통령이) 석방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절망스러웠는데, 많은 사람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석방 규탄한다” “검찰도 공범이다. 심우정(검찰총장)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석방 소식을 뉴스로 접하면서도 “진짜래?”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경호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걸어가며 인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집회 참가자들이 큰 소리로 야유했다.

이들은 구속 취소로 윤 대통령이 석방된 데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려는 듯 참가자들이 서로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격려하기도 했다.

8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차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마친 시민과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석방된 모습을 보고 박모씨(59)는 “먹먹하고 두려웠다. 아직 모든 권력은 윤석열에게 있는데 석방되면 무슨 일을 또 하게 될지 모르지 않나. 걱정이 크고 두렵다. 윤석열이 하는 행보가 상식적이지 않으니 그런 데서 오는 두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채인석씨(65)는 “가끔 토요일 주말 집회에 참여했는데, 다음 주면 탄핵 선고가 나올 것 같아 힘을 보태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 취소를 보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자유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 불안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은 지하철3호선 안국역 방향으로 간 뒤 종로구 인사동 방향으로 행진했다. 행진하는 이들은 반짝이는 응원봉을 흔들거나 장구를 치며 춤을 췄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이들의 모습은 흥겹다기보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의 한 참가자가 8일 서울 종로구에서 행진하면서 미리 가지고 온 태블릿PC에 구호를 적어 선보이고 있다. 김태욱 기자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하지 않고 석방 지휘한 검찰에 대한 비판도 컸다. 한 참가자는 태블릿PC에 “검찰 끝장” “기소청이라도 될래 기소과로 전락할래”라는 구호를 적어 뒀다. 검찰청을 수사권 없이 기소만 전담하는 기관 ‘기소청’(공소청)으로 만든다는 논의가 있는데, 더 나아가 다른 기관의 한 부서인 ‘기소과’로 전락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김용수씨(57)는 “심(우정) 검찰총장도 같은 내란범이 아닌가 싶다. 검찰은 없어져야 하고 새로 기소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온 고정희씨(62)는 “검찰도 책임이 크다”며 “탄핵 촉구 집회에 계속 나왔지만 앞으로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정씨(45)는 “검찰이 자신들의 명을 재촉한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민지씨(45)는 ‘구속 취소’를 결정한 법원에 “배신감이 크다”라고 했다. 김씨는 “황당하다. 국민들이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국민 분열과 갈등을 생각했으면 이런 결정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탄핵 촉구 집회를 이어온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긴급 입장을 내고 “내란수괴 윤석열이 서울구치소를 걸어 나왔다”다“며 “검찰은 결국 권력자에게 부역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란의 현장을 우리가 똑똑히 목격했고 내란의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라며 “노동자, 시민들의 구금은 묵인하면서 내란 수괴 윤석열에게 이례적인 특혜를 주는 검찰 권력을 우리는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날 행진을 마치고 윤석열의 파면 시점까지 경복궁역 4번 출구, 서십자각에서 무기한 철야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윤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내용 등이 적힌 담요를 덮고 앉아 있다. 우혜림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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