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 해크먼이 2003년 1월 19일 일요일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제6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아내 벳시 아라카와와 함께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내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할리우드 유명 배우 진 해크먼의 사인이 심혈관 질환으로 밝혀졌다. 해크먼보다 아내가 일주일가량 먼저 사망했고,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해크먼은 아내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해크먼이 일주일 먼저 사망한 아내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숨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 뉴멕시코주 수사당국은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해크먼이 아내인 피아니스트 벳시 아라카와의 사망 이후 일주일가량 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뉴멕시코주 법의학실 수석 검시관 헤더 재럴은 “95세였던 진 해크먼 씨의 사인은 고혈압과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이며, 알츠하이머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 “65세였던 벳시 (아라카와) 해크먼 씨의 사인은 한타바이러스, 폐 증후군”이라고 밝혔다.
한타바이러스는 쥐의 배설물을 통해 옮겨지는 바이러스로, 사람이 감염되면 독감과 비슷한 발열, 근육통, 기침, 구토,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심하면 심부전이나 폐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결국 부인 아라카와가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관련 증상을 앓다 숨졌고, 해크먼은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다가 일주일가량 지난 뒤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결론이다.
지역 보안관 애던 멘도사는 해크먼이 집안에 부인의 시신을 그대로 둔 채 있었던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다.
재럴 검시관 역시 해크먼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부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당국은 부인 아라카와의 이메일과 기타 활동 기록 등을 토대로 그가 지난달 11일 이후 사망했고, 해크먼의 사망 시점은 지난달 18일쯤였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해크먼과 피아니스트였던 아라카와는 지난달 26일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라카와의 시신은 욕실 바닥에서 발견됐고, 욕실 옆 부엌 조리대 위에는 처방 약병과 약들이 흩어져 있었다. 두 사람의 시신에는 모두 외상 흔적이 없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해크먼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40여년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액션, 스릴러, 역사물, 코미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8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명배우다. <프렌치 커넥션>(1971)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용서받지 못한 자>(1992)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슈퍼맨> 시리즈를 비롯해 <미시시피 버닝>,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로열 테넌바움>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