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석한 진 해크먼(오른쪽)과 그의 부인 벳시 아라카와. AP=연합뉴스
할리우드 유명 배우 진 해크먼이 부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대해 미국 수사당국이 검시 결과 확인된 이들의 사망 원인을 발표했다.
미 뉴멕시코주 수사당국은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해크먼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벳시 아라카와가 지난달 사망한 뒤 일주일가량 지난 시점에 해크먼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뉴멕시코주 법의학실 수석 검시관 헤더 재럴은 "95세였던 해크먼의 사인은 고혈압과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이며, 알츠하이머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 "65세였던 아라카와의 사인은 한타바이러스, 폐 증후군"이라고 밝혔다.
한타바이러스는 쥐의 배설물을 통해 옮겨지는 바이러스로 사람이 감염되면 독감과 비슷한 발열, 근육통, 기침, 구토,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심하면 심부전이나 폐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즉 부인 아라카와가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고, 해크먼은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다가 일주일가량 지난 뒤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게 수사당국의 결론이다.
지역 보안관 애던 멘도사는 해크먼이 집안에 부인의 시신을 그대로 둔 채 있었던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다.
재럴 검시관도 해크먼이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부인의 사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당국은 아라카와의 이메일과 기타 활동 기록 등을 토대로 그가 지난달 11일 이후 사망했고, 해크먼은 지난달 18일쯤 사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해크먼과 부인 아라카와는 지난달 26일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라카와의 시신은 욕실 바닥에서 발견됐고, 욕실 옆 부엌 조리대 위에는 처방 약병과 약들이 흩어져 있었다. 두 사람의 시신에는 모두 외상 흔적이 없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해크먼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40여년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액션, 스릴러, 역사물, 코미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8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명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