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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공격·안보지원 축소
유럽의 군사·경제적 자강론 불러
獨재정확대 방침에 유럽증시 활발
정작 美 증시는 트럼프 상승분 반납
환율·증시 등 유럽에 매수 유입
월가 “MAGA가 MEGA 불렀다”
日금리 맞물려 “큰 변화 시작일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 금융 환경을 재편하고 있다. 미국은 위축되고 유럽은 확장되는 방향이다. 고강도 관세 드라이브 이후 침체 우려에 미국 증시와 달러는 하락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응해 확장 재정에 나선 유럽의 증시와 통화는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독일과 일본 등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주요국 국채 금리도 꿈틀대면서 장기적인 글로벌 자금 이동에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역사적인 글로벌 무역전쟁, 1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유럽 재정 부양책과 함께 기술 경쟁에서 중국이 선두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의 자금 흐름이 뒤바뀌고 있다”며 “미국을 떠나는 투자 자본의 잠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상승분을 이번 주 모두 반납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 5일부터 이날까지 S&P500 지수 변동률은 -0.15%다. 특히 이번주 들어 약 3.1% 하락하며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부진한 한주가 됐다.

최근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자정을 기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에 이르는 관세를 발효하면서 촉발됐다. JP모건의 분석가 두브라브코 라코스-부하스는 “미국 예외주의에 기반한 증시 상승은 지난 2주 동안 혼란을 겪었다”며 “성장 공포가 싹트고 정책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유럽 시장에는 매수세가 붙었다. 범유럽 증시 지수인 스톡스유럽600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후 8.6% 상승했다. 독일 DAX 지수의 같은 기간 상승률은 19.49%에 이르렀다. DAX 지수는 특히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하락한 지난 한주 동안에도 주간 1.4% 상승했다.

독일과 유럽의 재정 확대 발표가 경제 낙관론을 키웠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일명 ‘유럽 재무장 계획’을 통해 8000억 유로(약 1229조 원) 규모의 방위비 확보 구상을 제안했다. 여기에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도 향후 10년간 인프라 투자 등에 사용할 5000억 유로의 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독일 정부의 예산이 4657억 유로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결단이란 평가가 따른다. 동시에 독일은 방위비는 무제한 차입을 허용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이체방크는 “전후 독일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패러다임 전환 중 하나”라며 “합의의 속도는 물론 규모에서도 독일통일 당시를 연상케 한다”며 역사적인 정책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정책 발표 후 내년 독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0.8%에서 최대 2%로 확대했다.

긴축 중심이던 유럽의 재정 기조를 뒤집은 장본인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나는 그들을 방어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지속적으로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다. 특히 관세 때문에 유럽의 저성장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독일이 재정확대에 나선 배경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부터)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니나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정상회의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와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백악관 충돌’ 사건은 유럽의 군사·경제적 자강론을 불러일으켰다. AFP연합뉴스


여파는 증시 뿐 아니라 환율에도 미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의 회복 전망에 따라 유로화는 지난 주 달러 대비 4.5% 이상 상승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반면 달러는 주초 107.32에서 이날 103.91까지 하락했다. 인터치 캐피털마켓의 외환책임자인 키어런 윌리엄스는 “불확실성 속에서 달러가 인기를 잃었다”며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이 더 이상 달러를 지지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이 메가(MEGA·Make Europe Great Again)를 낳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인용해 12월 유럽 지역 펀드매니저들의 유럽 시장 자금 배분은 마이너스였지만 1월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독일의 재정 확대에 독일국채(분트) 금리가 치솟으면서 일본 국채 금리까지 끌어올린 점도 글로벌 자금 향방의 변수다. 일본 10년물 국채는 이날 1.504%로 16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일본의 금리 인상이 맞물릴 경우 엔화를 빌려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가 축소될 가능성도 커졌다. MUFG의 통화분석가 리 하드먼은 “일본은행은 올해 초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확실히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고, 금리를 다시 인상했으며, 앞으로도 금리를 계속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BofA의 외환전략책임자인 데이비드 하우너는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미국우선주의를 말하던 올해 신흥시장, 유럽 등 다른 곳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우리는 여기서 더 큰 변화의 시작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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