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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청 과학수사과 조헌오 핸들러 들려주는 경찰견 애환
월평균 4회 전국 곳곳 출장…수색대상 찾아 야산 험지 누벼
"중년 7살 되면 남은 '견생 2막' 누려야"…은퇴 후 분양 절차


(화성=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견생 2막'도 행복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죠."

지난달 11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 분천리의 한 반려견 훈련장에서는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소속 체취증거견 '테오'와 핸들러인 조헌오 경위의 훈련이 한창이었다.

조헌오 핸들러와 체취증거견 '테오'
[촬영 권준우]


가만히 앉아 명령을 기다리던 테오는 수신호가 떨어지자 순식간에 달려가더니 훈련을 위해 수백m 떨어져 숨어 있던 목표 대상을 찾아내고는 '컹컹' 짖으며 위치를 알렸다. 이를 지켜보던 조 경위가 보상의 의미로 장난감을 던져주자 테오는 만족한 듯 장난감을 낚아채 흔들어댔다. 사냥 본능을 활용한 추적 훈련이다.

2022년 7월에 태어난 테오(마리노이즈)는 2살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3월 경찰 체취증거견으로 발탁됐다. 장난감에 대한 애착이 커 훈련을 좋아하고, 공격성이 없는 점이 차기 체취견 감을 찾으러 전국 반려견 훈련장을 수소문하던 조 경위의 눈에 띄었다.

"체취증거견을 맞이하려면 정식 절차가 필요합니다. 경찰청 차원의 예산 집행이 있어야 하고 여러 마리의 후보를 추려 시도경찰청 선발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죠. 그래도 직접 호흡을 맞춰야 하는 핸들러의 의견을 많이 반영합니다."

테오는 이미 선발에 들인 품 이상의 결과를 내고 있다. 투입된 지 1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현재까지 56건(범죄 4건·미귀가 44건·기타 10건)의 현장에 출동해 수색 대상자 16명을 발견하는 등 탁월한 성과를 냈다.

이들은 평균 월 4회꼴로 전국 현장을 누빈다. 범인을 찾거나 증거품을 수색하고, 실종자를 찾기 위해 길도 없는 야산을 수색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핸들러도 벌에 쏘이고 독풀에 베이는 게 일상이라서 항히스타민제를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닌다.

체취견과 핸들러의 체력을 고려해 출장은 최장 5일로 제한된다. 활동량이 가장 뛰어날 시기인 테오도 특히 여름에 5일에 걸친 수색작업을 하고 나면 녹초가 돼 버린다. 이를 따라다녀야 하는 핸들러도 강한 체력은 필수여서 조 경위는 출장이 없는 날이면 매일 1시간 반씩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냄새를 구별해 목표물을 찾는 훈련을 하는 테오
[촬영 권준우]


테오는 12년차 베테랑 핸들러인 조 경위의 세 번째 파트너다. 조 경위는 2012년 화성서부경찰서 실종팀 형사로 근무할 당시 실종자 수색에 더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체취증거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때마침 당시는 경찰청 차원에서 시도경찰청별로 체취견을 배치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었고,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 경위가 핸들러를 자처하고 나섰다. 체취견과 함께 묵묵히 현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성격적으로도 맞는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조 경위는 수개월간 민간시설을 돌며 체취견을 훈련하고 다루는 법을 배웠다. 이후 이듬해인 2013년 8월 첫 파트너인 수컷 마리노이즈 '마리'를 만나 임무를 시작했다.

마리와 조 경위는 2021년 12월까지 무려 8년 4개월간 각종 현장을 누볐다. 야산에 숨은 살인 용의자를 찾아내거나 고립된 치매 노인을 구하는 등 339건의 사건 현장에 투입돼 수색 대상 66건을 발견했다. 전국적으로도 뛰어난 성과였다.

그렇게 11살이 된 마리는 은퇴했다. 인간의 수명에 비유하면 80대까지 현역으로 뛴 셈이다. 조 경위는 그런 마리를 입양해 진정한 의미의 가족으로 맞았다.

하지만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입양 한 달여 뒤 마리에게 암이 발견됐고, 1차 치료를 받고 2차 치료를 기다리던 중 하늘로 떠났다. 2022년 초에 벌어진 일이다.

"마리에 대해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체력은 떨어졌지만, 그간의 경험과 쌓인 호흡으로 임무를 잘 수행했기에 제 욕심으로 현역 생활을 더 이어 나갔던 거 같아요. 고생을 너무 시켜서 건강이 나빠진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현역 시절의 마리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 마리와의 이별은 조 경위의 마음에 큰 짐을 남겼다. 그래서일까. 조 경위는 2017년 8월부터 현장을 누빈 두 번째 체취견 '알베르'의 은퇴를 결정하고 지난해 분양 절차를 완료했다. 알베르는 경북 영천의 한 경찰 직원에게 분양돼 '견생 2막'을 시작했다.

체취견의 은퇴를 위해선 후임 체취견 배치가 필요하다. 새 예산을 신청하고 경찰청 승인을 받는 등 행정 절차도 필요하다. 경찰청이 먼저 교체 의향을 묻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핸들러의 판단으로 은퇴 시기가 결정된다.

조 경위는 알베르의 은퇴 절차를 준비하며 다른 시도경찰청 핸들러와 본청 등에 체취견의 이른 은퇴 필요성을 알렸다. 현재는 체취견의 체력과 역량, 은퇴 후 삶을 고려해 7살 전후로 퇴역시키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핸들러의 욕심으론 잘 훈련된 파트너를 일찍 은퇴시키고 싶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체취견을 생각하면 더 늦기 전에 편안한 삶을 살게 해 주는 것이 맞죠. 이젠 인식이 달라져 2023년까지 은퇴견의 평균 연령을 봤더니 7년 8개월쯤이 되더라고요."

은퇴한 체취견의 분양은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주로 경찰 내부망을 통해 분양 공고를 내는데, 희망자가 없으면 민간분양될 수도 있지만 분양을 희망하는 직원이 많아 대체로 내부 선에서 마무리된다. 담당 핸들러는 원할 경우 1순번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다.

분양받기 위해선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미 데리고 있는 반려견이 많다면 감점 대상이다. 개가 머무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하고 마당이 있는 개인 주택이라면 가산점을 받는다. 활동량이 많은 견종 특성상 아파트와 같은 좁은 공간으로의 분양은 불가능하다.

가족의 새 인생을 찾아주는 일이기에 조 경위는 분양 과정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챙긴다. 지난해 알베르를 분양할 당시도 미리 답사를 통해 지낼 환경을 점검하고, 분양 확정 후엔 직접 영천까지 알베르를 데려다줬다. 영리한 견종이고 이미 훈련이 돼 있기 때문에 1∼2개월이면 새 주인과의 삶에 잘 적응한다고 한다.

조 경위는 "체취견은 뛰어난 후각과 강한 체력으로 수색에 큰 도움을 주는 경찰의 중요 자산이지만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엄연한 생명"이라며 "경찰이 체취견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 만큼 현역 생활이나 은퇴 후에나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하는 조헌오 핸들러와 '테오'
[촬영 권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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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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