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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출 성장기여도, 2022~2023년 연속 ‘0%p’
금융위기 때도 1%p 넘었는데… 하락세 뚜렷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가 원인
이창용 “산업 구조조정 없이 美관세 대응 어려워”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의 낙수효과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순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사실상 ‘0′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산업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장기여도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내수(소비·투자·정부지출)와 순수출(수출-수입)이 GDP 증가에 어느정도 기여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입은 해외에서 생산된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GDP에서 차감한다. 지난해 GDP 성장률 2.0% 중 내수는 0.1%p, 순수출은 1.9%p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출 성장 기여도, 지난 5년간 평균 0.6%p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인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반도체 수출이 급증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모두 0%p대에 머물렀다. 연도별 수치는 ▲2020년 0.5%p ▲2021년 0.6%p ▲2022년 0%p ▲2023년 0%p ▲2024년 1.9%p로, 연평균 0.6%p에 불과했다.

그래픽=손민균

코로나19 이전 마지막 세계경제 위기였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수치와 비교하면, 이는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다. 당시 순수출 성장 기여도는 ▲2008년 1.7%p ▲2009년 2.8%p ▲2010년 -1.4%p ▲2011년 0.8%p ▲2012년 1.8%p로, 평균 1%p를 상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순수출이 국내 경제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했던 점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수출이 유발하는 부가가치도 감소하고 있다. 최종수요(수출·소비·투자 등)가 한 단위 증가할 때 유발되는 부가가치를 나타내는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수출의 경우 2020년 0.680에서 2022년 0.584로 떨어졌다. 이는 동일한 금액을 수출하더라도 과거보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소비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867에서 0.815로, 투자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833에서 0.774로 떨어졌다. 이를 종합하면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몇 년간 순수출이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을 보면, (경제가)2% 성장한 지난해를 빼고 과거 3~4년은 거의 0%p였다”면서 올해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도 0%p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과거처럼 수출의 낙수효과가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전문가 “산업 구조조정, AI 등 신산업 육성 시급”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줄어든 이유는 실질 수출 증가율이 실질 수입 증가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 GDP 계산 시 사용하는 수출·수입은 통관 수출입 등의 명목값이 아닌, 명목값에서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값을 기준으로 한다. 2022년 실질 수출 증가율은 3.9%였지만, 실질 수입 증가율은 4.2%로 더 높았다. 2023년에도 실질 수출(3.6%)과 실질 수입(3.5%) 증가율이 비슷하게 나타나 국내 생산 기반의 성장 효과가 제한됐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도 주요 원인이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는 2018년 세계 시장 점유율 29.1%로 1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2위로 밀려나 2022년에는 18.9%까지 하락했다. 2018년 44%를 기록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조선업의 시장 점유율은 20%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6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2025.2.6/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악재다. 지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수입제품에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최대 304억달러, 총수출은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0.29~0.67%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은은 산업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창용 총재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변화할 때는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산업이 도입되지 않았다”면서 “새로운 산업을 도입하려면 사회적인 갈등을 감내해야 하는데 이를 피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도 중요한 해법으로 제시된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기술혁신 투자가 우선돼야 하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첨단 제조업으로 경쟁력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첨단산업의 글로벌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와 환경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다자간 무역협정 참여도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대안으로 꼽힌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구조조정 외에도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에 가입해 공급망 관점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PTPP는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본과 호주 등 11개국이 회원국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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