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인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192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다. 2023년 동안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과 주변인 192명을 상징하는 여성단체 한국여성의전화의 퍼포먼스다. 김창길 기자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된 여성이 최소 181명이란 통계가 나왔다. 이틀에 한 명씩 살해당한 셈이다.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서 살해당하거나 살해 위협을 받은 여성과 그 주변인도 187명에 달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7일 공개한 ‘2024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를 보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피해자 수는 최소 650명에 달했다.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피살 여성 181명에 살해 위험에서 살아남은 여성 374명, 피해자의 자녀·부모·친구 등 주변인 피해자 95명을 포함한 수치다.
가해자가 주장하는 범행 이유는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이 23.85%(155건)로 가장 많았다.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가 20.92%(136건),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가 12.77%(83건)로 뒤를 이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받고도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위험에 처한 피해자들은 114명(17.5%)에 달했다. 일면식 없는 남성의 여성 살해 사건도 분석했는데, 187명의 피해자와 그 주변인이 살인(25명) 또는 살인미수(162명) 피해자가 됐다.
여성가족부의 ‘2022년 가정폭력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 중 0.8%만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친밀한 관계에서 경찰 신고 비율은 굉장히 낮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시에 문제 해결의 정책적 기초가 되어야 할 정부 공식 통계 구축을 촉구하기 위해 (우리가) 집계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정부 공식 통계가 없다. 계속되는 여성살해에 대한 해결을 중대 과제로 여기고 성평등한 관점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부터 ‘분노의 게이지’란 이름의 작업팀을 꾸려 매년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