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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수장 왕이, 양회 기자회견
美 관세에 “협력 시 윈윈, 탄압 시 반격”
“올바른 길 걷자” 협상 여지도 열어놔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 부과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이 수년간 무역 전쟁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검토해 보라”며 “중국은 인도주의 정신으로 미국에 모든 종류의 도움을 제공했는데, 원한으로 은혜를 갚아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협상 의지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왕 주임은 7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미국은 지난 수년간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무역 적자가 확대됐거나 축소됐나,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졌거나 낮아졌나, 인플레이션이 개선되거나 악화했나,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졌거나 나빠졌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의 경제 및 무역 관계는 상호 호혜적 관계”라며 “(미국이) 협력을 선택하면 호혜 윈윈의 결과를 얻을 수 있고, 한사코 탄압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달 4일과 이달 4일 두 번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 전반에 총 2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한 바 있다. 이때마다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10~15%의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기업 제재로 맞대응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7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미국이 펜타닐 유입을 이유로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2019년 초, 우리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모든 펜타닐 유사 물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통제 리스트에 올렸다”며 “미국의 펜타닐 남용은 미국 스스로가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또 “중국은 인도주의 정신으로 미국에 모든 종류의 도움을 제공했다”며 “미국은 원한으로 은혜를 갚아서는 안 되고, 이유 없이 관세를 인상해서도 안 된다. 이는 책임 있는 대국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로 합성마약 ‘펜타닐’ 유입을 꼽은 데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왕 주임은 “중국은 항상 마약 밀매와 생산을 단속해 왔고,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철저한 마약 통제 정책을 가진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9년 초, 우리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모든 펜타닐 유사 물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통제 리스트에 올렸다”며 “미국의 펜타닐 남용은 미국 스스로가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여기에 “중국은 인도주의 정신으로 미국에 모든 종류의 도움을 제공했다”며 “미국은 원한으로 은혜를 갚아서는 안 되고, 이유 없이 관세를 인상해서도 안 된다. 이는 책임있는 대국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데 대해서는 “이러한 양면적 접근 방식은 양국 관계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데도 실패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왕 주임은 “상호 존중은 국가 간 관계에서 기본 규범이고, 중미 관계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며 “어떤 나라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중국을 억압하고 견제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려면 미국의 관세 인상과 기술 견제 등이 중단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기술 견제에 대해서는 “봉쇄가 있는 곳에 돌파구가 있고, 억압이 있는 곳에 혁신이 있다”며 “폭풍이 가장 격렬한 곳이 바로 ‘너자요해(哪吒閙海·정의로운 소년과 악을 저지르는 용왕의 대결 이야기)’와 ‘일비충천(一飛冲天·날기만 하면 하늘을 뚫는다)’의 무대”라고 했다. 중국이 미국 억압 속에서도 기술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왕 주임은 “작은 뜰의 높은 담장(미국의 기술 견제)은 혁신적 사고를 막을 수 없고, 공급망 분리는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킬 것”이라며 “과학과 기술은 철의 장막을 치는 도구가 아닌,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달리 기술 개방에 나서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혁신적 성과를 더 많은 국가와 공유하고, 모든 사람과 함께 별과 바다를 탐험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과의 협상 여지도 열어뒀다. 왕 주임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선진국인 미국은 이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존재할 것이므로,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며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시 주석이 지적했듯이, 갈등과 대립은 선택 사항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중국과 적극적이고 실무적으로 교류하며 중국과 함께 두 나라와 세계에 이익이 되는 올바른 중미 공동의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다자주의’ 외교 전략을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왕 주임은 “세계는 190개국이 넘는다”며 “모든 국가가 자국의 국가적 우선순위를 강조하고 힘과 지위를 믿는다면, 세계는 정글의 법칙으로 후퇴하고, 작고 약한 국가가 타격을 입으며, 국제적 규칙과 질서가 심각하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양에는 ‘영원한 친구는 없고, 영원한 이익만 있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중국이 보기에 친구는 영원해야 하고, 이익은 당연히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친러시아 행보로 인한 중러 관계 영향에 대해선 변함없는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왕 주임은 “국제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중러 우호의 역사적 논리는 변함이 없고, 내생적 추진력도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비동맹(不結盟), 비대립(不對抗), 제3자 비표적화(不針對第三方)’ 공존 방식을 모색하며 새로운 대국 관계의 선두에 서서 주변국 관계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며 “성숙하고 회복력 있고 안정적인 중러 관계는 일시적 사건으로 인해 변하지 않을 것이며, 제3자가 간섭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한 국가의 안보는 다른 국가의 불안 위에 세워져선 안 된다”며 “공동·종합·협력·지속 가능의 신(新)안보관을 실천해야 유라시아 대륙과 세계의 항구적 안정을 진정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일본의 일부 우려에 대해 중국은 책임지는 태도를 견지하며 법규에 따라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산 수산물의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은 2023년 8월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한중 관계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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