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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젖소 유량 줄거나 유산할까 걱정”
김동연 지사 향해 “당국 수습 미흡” 빗발
노인회장 “군, 처리 아니라 보상부터 따져”
7일 경기 포천시 노곡2리의 공군 전투기 오폭 당시 포탄이 떨어진 구멍과 파괴된 성당의 모습. 서현희 기자


폭탄이 떨어진 경기 포천시 노곡2리의 한 성당 옆 도로는 그 충격으로 2m 정도 움푹 패 있었다. 도로에서 10m 정도 떨어진 성당 외벽이 완전히 무너져내렸고 그보다 10m 더 먼 거리의 주택은 내벽 충전재까지 다 드러나 있었다.

7일 경향신문이 방문한 경기 포천시 노곡리 이동면의 공군 전투기 오폭사고 이튿날 현장엔 주민·군·소방·정부 관계자 등이 모여 어수선했다. 마을 경로당 앞엔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와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공군국가배상안내처 등이 마련돼 있었다.

지난 6일 이곳에선 오폭된 폭탄 8발 중 3발이 군부대 인근에, 5발이 마을 외곽에 있는 성당 주변에 떨어졌다. 폭탄은 성당과 민가 바로 옆·성당 건너편 민가 지붕·도로 위에 떨어졌다.

세탁소 ‘백일사’ 사장 홍모씨(72)는 동네 주민 3명의 도움으로 사다리에 올라가 세탁소 한쪽 벽면의 큰 유리 틀을 따라 비닐을 덮었다. 전날 폭탄의 충격파로 매장의 유리창이 다 깨진 탓이다. 홍씨는 다행히 방 안에 있어 다치지는 않았다.

그는 “귀먹은 할머니들의 귀가 뚫렸을 정도의 소리”라며 “임시방편으로 급하게 비닐을 사와서 유리 부분을 막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높은 사람이 와서 금방 고쳐줄 거로 생각했는데,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노곡2리 주민들이 7일 경기 포천시 공군 전투기 오폭 당시 충격파를 맞아 깨진 유리창을 비닐로 임시보수하고 있다. 서현희 기자


이번 오폭 사고로 민간인은 17명이 다쳤다. 이 중 2명은 중상이다. 군인도 12명이 상처를 입었다. 다친 마을 주민들은 국군수도병원·포천의료원 등으로 갔다. 폭탄이 떨어질 당시 트럭을 타고 도로를 지나가던 마을 주민 장모씨(58)는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장씨의 동생은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다친 사람들 중심으로 대책위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우선은 시와 군의 대응을 기다려보려 한다”고 했다.

충격은 인간에게만 있지 않았다. 장씨의 동생은 “목장에서 젖소 200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소는 놀라면 3~4일 후에 유산한다”며 “젖소 유량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유산을 할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포탄이 떨어진 거리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사는 이근내씨(88)도 “나도 강아지도 너무 놀라서 청심환을 먹었다”며 “비행기가 낮게 날아오다가 갑자기 ‘콰앙’ 하다니 시커먼 연기가 내려앉았다. 그때 나는 마루 끝에 앉아있었는데 마당으로 파편이 떨어졌다”고 했다.

7일 경기 포천시 노곡2리의 공군 전투기 오폭 당시 충격파를 맞은 포터트럭 근처에 경찰통제선에 걸려있다. 당시 트럭에는 3명의 주민이 탑승하고 있었다. 서현희 기자


주민들은 한미연합훈련이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꼈다. 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150m 거리에 있는 A씨(45)의 집은 화장실 절반이 떨어져 나갔다. A씨는 “어제는 지인의 집에서 신세 지며 도시락 먹고 있다”며 “계속해서 훈련한다는데, 또 같은 일이 생길까 불안하다”고 했다. 국민주권당·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등도 이날 마을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상황 파악이나 원인 규명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사흘 뒤에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마을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주민들은 당국의 수습이 미흡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마을이장 B씨는 “전날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해서 버스로 대피했는데, 1시간 정도 후 해제됐다며 내리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막더니 또다시 대피하라고 하더라”며 “환자나 노인들이 길거리에서 앉아있거나 계속 왔다갔다했다”고 했다.

노인회장 C씨도 “어제 공군과 육군은 어떻게 상황을 잘 처리할 것인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부터 따지더라”며 “우리 주민들이 보상을 바라고 사고를 일으킨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김 지사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예외 규정에 따라) 사고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며 “사고 원인 분석뿐만 아니라 이후 대처 과정에서 어떤 미비점과 잘못이 있었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추후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도와 포천시, 군 당국은 합동점검팀을 구성해 피해 가구에 대한 안전진단에 착수했다. 경기도 안전특별점검단 관계자는 “마을의 58가구 전체에 대한 안전진단을 최대한 오늘 안에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늦어도 내일(8일) 오전까지 끝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굉음 후 ‘쾅’ 주민들 “전쟁 난 줄 알았다”…온마을이 쑥대밭“정말 전쟁이 난 줄 알았어요.” 6일 오전 공군 전투기가 오인 발사한 폭탄이 떨어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주민 A씨는 “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20m 정도 거리에 집이 있는데, 지붕이 무너지고 유리창도 깨지고 나무도 다 부서졌다”며 “현장에 가보니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폭된 폭탄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062141005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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