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연구진, 남성 8만명 정액 비교
정자 운동성 높으면 수명 2.7배 높아
“정액 검사로 질병도 파악 가능”

덴마크 연구진이 정자 수가 많고 건강한 남성일수록 오래 산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Adobe Stock

정자가 많고 잘 움직일수록 남성이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자 왕(王)이 장수 왕이라는 말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병원의 레르케 프리스코른(Lærke Priskorn) 교수 연구진은 지난 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인간 생식(Human Reproduction)’에 “50년간 수집된 8만명 가까은 남성 정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정자 운동성이 높은 남성이 낮은 남성보다 2.7년 더 오래 산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운동성은 정자가 여성의 난자에 도달하는 능력을 말한다.

연구진은 1965~2015년 코펜하겐 공공 정액 분석 실험실에서 불임 검사를 받은 7만8284명의 정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덴마크 국가 의료 기록과 비교한 결과, 한 번의 사정으로 1억2000만개 이상의 운동성 정자를 생산하는 남성은 수명이 최대 80.3년으로 나타났다. 500만 개 이하의 정자를 생산하는 남성은 최대 77.6년으로, 수명이 2~3년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스코른 교수는 “생식 능력과 수명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정액의 질 저하가 생식력과 전반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근본적인 요인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정액 검사로 건강 상태를 살펴볼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앨런 페이시(Allan Pacey)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정자 질이 낮은 남성들이 더 빨리 건강 문제를 겪거나 일찍 사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아직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건강 문제가 정자 질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존 에이트켄(John Aitken) 호주 뉴캐슬대 환경·생명과학부 명예교수는도 “신체 내부에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리고 덩달아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며 “산화 스트레스 과정이 정자 질 저하와 신체 조직 손상,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정자 질이 낮은 남성들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질병을 파악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후속 연구에 돌입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Human Reproduction(2025), DOI: https://doi.org/10.1093/humrep/deaf023

조선비즈

염현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