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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검찰은 대혼란에 빠졌다. 한 검찰 간부는 법원의 구속 취소를 “불의타”라고 정의했다. ‘예상치 못한 불의의 공격’을 의미하는 법조계의 용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7일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뒤 검찰은 날이 바뀌도록 아무런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검찰의 선택지는 ①즉시항고 및 구속 유지 ②석방 뒤 즉시항고 ③즉시항고 없이 석방 정도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세가지 방안 모두 법률적 흠결이 있고 반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속 유지하면 윤 대통령 쪽 “위헌” 반발 예상

즉시항고는 법원의 판결이 아닌 결정·명령에 불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검찰은 법원의 공소기각이나 재심 결정 등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즉시항고는 7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1995년 12월29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이전까지 검찰은 구속 상태의 피고인을 보석으로 풀어주거나 구속을 일시적으로 중단(집행정지)하거나 구속을 취소하는 법원의 결정에 즉시항고라는 수단으로 불복할 수 있었다.

□ 1995년 12월29일 이전 형사소송법

-제97조(보석·구속의 취소와 검사의 의견) ①보석에 관한 결정을 함에는 검사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단, 검사가 3일 이내에 의견을 표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보석허가에 대하여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②구속의 취소에 관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검사의 청구에 의한 경우 이외에는 전항과 같다.

보석을 허가하는 결정 및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 대하여는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제101조(구속의 집행정지) ①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결정으로 구속된 피고인을 친족·보호단체 기타 적당한 자에게 부탁하거나 피고인의 주거를 제한하여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제1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1993년 12월 법원의 보석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는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헌법에 규정된 영장주의(구속 등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법관의 영장에 근거해야 한다)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헌법 12조 3항에는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적혀있다.

헌재는 법원이 피고인의 구속을 해제하는 보석을 결정했는데, 검찰이 이를 즉시항고를 통해 일정 기간 막아서는 것은 영장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해당 규정은) 피고인에 대한 보석허가 결정이 부당하다는 검사의 불복을 그 피고인에 대한 구속집행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보다 우선시킨 것이어서 구속 여부와 구속을 계속시키는 여부에 대한 판단을 사법권의 독립이 보장된 법관의 결정에만 맡기려는 영장주의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합리성과 정당성이 없으면서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며, 기본권제한입법의 기본원칙인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된다”라고 못 박았다. 결국 1995년 12월29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법원의 보석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권한은 사라졌다.

2012년 7월엔 법원의 구속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도 위헌이 됐다. 논리는 앞선 결정과 같았다.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권한도 2015년 7월31일 개정 시행된 형사소송법에서 삭제됐다.

서울중앙지검 전경. 연합뉴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형사소송법에서 검찰이 피고인의 구속과 관련해 즉시항고가 가능한 것은 ‘구속 취소’만 남았다. 하지만 이는 구속 취소가 극히 드문 사례라 헌재의 판단을 아직 받지 못했을 뿐, 만약 위헌 심사를 받게 된다면 ‘영장주의 위배’라는 점에서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끌어낸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도 이런 주장을 하며 즉시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석방 뒤 즉시항고는 형사소송법 위반 논란

석방 뒤 즉시항고도 현행법을 위반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곤란한 결정인 것은 마찬가지다. 법원의 구속취소는 현행법상 즉시항고가 가능하다. 아직 명문 규정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에는 즉시항고를 할 경우 “재판의 집행은 정지”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의 집행이 정지된다는 것은 법원이 결정한 윤 대통령 구속취소의 효력이 중단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구속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는 뜻이다.

□ 현행 형사소송법

-제93조(구속의 취소)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는 법원은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변호인과 제30조제2항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구속을 취소하여야 한다.

-제97조(보석, 구속의 취소와 검사의 의견)

④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 대하여는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제410조(즉시항고와 집행정지의 효력) 즉시항고의 제기기간 내와 그 제기가 있는 때에는 재판의 집행은 정지된다.
따라서 검찰이 피고인을 석방한 상태로 즉시항고를 할 수 있냐가 쟁점이 된다. 형사소송법 93·97·410조를 비롯한 법 조항들을 보면 검찰이 석방한 뒤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결국 이런 행위는 위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석방 뒤 즉시항고 역시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방안인 것이다.

석방하면 재구속 어려운데…

즉시항고 등의 불복 절차 없는 석방 역시 검찰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한 중범죄인 내란죄 피고인을 풀어주면 사회적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전직 검찰총장이었다는 점에서 ‘봐주기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의 ‘재구속’도 거론되지만 현행법에서 재구속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형사소송법 208조 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의하여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자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재차 구속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한다. 2항은 “전항의 경우에는 1개의 목적을 위하여 동시 또는 수단·결과의 관계에서 행하여진 행위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간주한다”라고 되어 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했기 때문에 석방된 윤 대통령을 다시 내란이나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또 현직 대통령일 때는 내란·외환 이외의 범죄로 소추받지 않기 때문에 당장 다른 혐의로 구속하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인용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면 다른 범죄 혐의로 구속할 수 있겠지만 시간도 걸리고 별건수사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15일 자신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로 현재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 경찰은 윤 대통령을 상대로 이와 관련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는 내란과 동일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구속에 해당하지 않는다. 기존에 진행되던 수사이기 때문에 별건수사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의 ‘영장 청구 적정’ 결정을 받아낸 경찰은 김 차장의 네번째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검찰이 지금까지의 태세를 바꾸면 윤 대통령 특수공무집행 방해 수사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혼돈 속 길어지는 검찰의 장고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검찰의 장고는 길어지고 있다. 실제 검찰 안에서는 여러 방안을 두고 내부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데 대검 수뇌부는 석방을, 수사팀은 구속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속 상태에서 즉시항고를 하는 방법이 점점 더 힘을 얻을 수 있다. 검찰이 윤 대통령을 석방한다면 ‘7일 이내 즉시항고와 구속 취소 결정의 집행 정지’라는 현행법의 위헌성을 인정하는 셈인데, 이런 판단을 해놓고 윤 대통령을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뒤에도 하루 이틀 더 구금했다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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