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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 홈플러스 법정관리 선택
티메프 이후 또다시 유통업계 전체 흔들려

홈플러스, 18일까지 채권자 목록 제출해야
법정관리 종료까지 최소 몇년 걸릴 수도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자회사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선택했다. 부도가 난 게 아닌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이로 인해 납품업체 등 협력사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사태가 해결되길 기다리는 것보다 선제적 대응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기업이 다수다. 문제는 협력사들의 움직임이 소비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 최악(부도)보다는 차악(법정관리) 선택MBK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업계는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도가 난 게 아닌데 이런 선택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당장은 채권 상환이 중단돼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였겠지만 이게 장기적으로 홈플러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영업을 통해 현금을 쌓아두면 되는데 협력사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어음 대신 현금을 달라고 할 수도 있고 다른 조건을 더 걸 수도 있다. 결국 영업을 위한 비용은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생 신청을 하면 돈을 구하기 더 힘들어지는데 그걸 알면서도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것은 결국 당장 해결할 채권, 임대료 등 상환 문제의 부담이 더 크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MBK가 부동산 자산을 끝까지 제값에 팔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홈플러스는 4조7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경직됐다 해도 가격을 낮춰 매각하면 현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유동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법원이 관리하는 만큼 부동산 자산이 어떻게 평가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같은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용 등급 하락 때문에 기업회생 신청했다고 말하지만 결국 최악(부도)을 피하기 위해 차악(기업회생)을 선택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납품대금 지연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생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납품대금을 정산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5일, 10일로 시작해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서울회생법원은 4일 오전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 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리고 별도의 관리인 선임 없이 현재 홈플러스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 측은 “향후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됨에 따라 금융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며 “홈플러스의 현금 창출력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현금수지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홈플러스는 3월 18일까지 채권자 목록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또 부동산 자산 매각 등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6월 3일까지 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발생한 티몬 사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법정관리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영 디자이너
◆ 협력사 신뢰 하락, 고객에도 영향 준다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등 모든 영업은 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현재 홈플러스는 12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홈플러스의 계획대로 영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23년 기준 홈플러스의 ‘매입채무 및 기타지급채무’는 1조4182억원에 달한다. 전년(9839억원) 대비 크게 늘어났다. 상환에 대한 납품업체들의 우려가 커질 경우 거래를 완전 중단할 수도 있다. 제품 선택지가 줄어들면 소비자의 구매 횟수도 줄어들고 이는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지난 6일 LG전자는 홈플러스에 대한 제품 출하를 일시 정지했다. 다만 매장별로 재고 상황에 따라 일부 판매는 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한 LG전자 베스트샵은 116곳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출하를 일시적으로 멈췄다"며 "다만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판매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상황을 면밀히 따져보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면세점, CJ푸드빌, 에버랜드 등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사의 경우 변제 지연을 문제 삼아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막은 상태다. 상품권은 상거래 채권으로, 법원의 법정 관리 기간에도 정상 지급되지만 지난해 7월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역시 홈플러스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당장 ‘포인트를 털어야 한다’ 또는 ‘상품권을 써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온다. ◆ 기업회생절차, 이후 과정 어떻게 진행되나기업회생절차는 과거 ‘법정관리’다. 자력으로 회사를 꾸려가기 어려울 만큼 부채가 많을 때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가 자금을 비롯하여 기업활동 전반을 관리한다. 채권자, 주주,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조정해 사업을 갱생시키는 제도다.

기업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채무를 상환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단계다. 판사는 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기각 또는 개시를 판단한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원인이 있고 기각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1개월 이내에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린다.

개시결정 당일 효력이 발생하고 법원은 보전처분(채권자의 강제집행 및 가압류 중단)과 포괄적 금지명령(채권 변제 및 담보권 실행 제한)을 결정할 수 있다. 보전처분이 채권자를 보호하는 제도라면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법원은 관리인을 지정한다. 통상 기존 경영자(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선임한다. 관리인을 불선임해도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간주한다. 다만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나 중대한 책임이 경영자에게 있는 경우에는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한다.

이후 채권자는 법원에 자신이 가진 채권을 신고한다. 법원과 관리인은 채권의 유효성에 대해 따진 뒤 채권 여부를 확정한다. 확정된 채권에 대해서는 회생계획에서 정한 변제 방법에 따라 변제를 받는다.

그다음 단계는 ‘관계인집회’다. 채권이 확정되면 법원은 회생담보권자, 주주, 채권자 등으로 구성된 집회를 소집한다. 여기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회생계획안을 구성한다. 회생계획안의 최종 버전이 확정되면 다시 관계인집회를 열어 결의 단계를 거친다. 회생계획안은 법원의 최종 인가를 통해 결정된다.

기업은 회생계획에 따라 채무를 조정하거나 상환해야 한다. 일정 기간 동안 채무를 이행하면 법원은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따져 법정관리를 종료한다. 다만 회생계획이 실패해도 관리를 종료할 수 있다. 이때 법원은 법정관리를 종료하고 청산 절차를 진행한다. 채권 추심 및 채무 변제, 재산 경매 처분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잔여재산을 분배한다. 이 경우 법인은 결국 해산된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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