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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스코→MBK 거치며
기업 경쟁력 지속 약화

최근 3년 누적 영업적자 5900억원
매출 규모 9조원→6조원으로 줄어
사진=연합뉴스
28년의 역사를 지닌 대형마트 업계 2위이자 한때 매출 9조원에 육박하던 홈플러스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시작돼 한국을 대표하던 유통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다. 몇 년간 이어져온 유동성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해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부도를 맞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유통업계는 대형마트 출범 30년 만에 2위가 바뀌는 대대적 변화도 맞게 된다. 다만 홈플러스는 부도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금난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일 뿐이며 매장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정관리를 통해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 삼성에서 테스코…결국 사모펀드 손에홈플러스는 한국에서 이마트 다음으로 만들어진 대형마트 브랜드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의 할인점 사업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삼성물산은 그해 9월 4일 ‘삼성홈플러스 1호점’을 내며 이마트 다음으로 대형마트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삼성의 손에는 오래 남아 있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삼성홈플러스는 정부의 대기업 사업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사업 시작 2년 만인 1999년 영국 최대 슈퍼마켓 기업인 테스코에 지분 49%(경영권 포함)를 넘기면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됐다. 삼성물산은 2011년까지 지분을 테스코에 계속 매각했으며 잔여 지분을 모두 넘기면서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100% 자회사가 됐다.

홈플러스가 가장 많이 성장한 시기는 테스코의 자회사로 있던 때다. 2004년 6월 국내 최초의 SSM(기업형 슈퍼마켓) 익스프레스 1호점을 냈고 2005년 3월에는 영남권 슈퍼마켓 체인 아람마트를 인수하며 외형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2008년 5월에는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던 대형할인점 ‘홈에버’를 인수했다. 홈플러스는 2011년 편의점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오프라인 유통부문을 세분화했다.

홈플러스는 빠르게 점포를 늘렸다. 2015년 대형마트 140개, SSM 375개, 편의점 327개를 보유한 대형 유통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13년에는 매출 8조9298억원, 영업이익 3383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2위를 굳혔다.

홈플러스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성장할 때 모회사인 테스코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테스코는 2014년 상반기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용등급 하락과 은행의 차입금 상환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국 자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또다시 홈플러스의 주인이 바뀌었다. 2015년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MBK가 10년간 홈플러스를 운영해왔다.
◆왜 기업회생 신청했나…5월 현금 바닥설’MBK파트너스 손에 들어간 뒤 홈플러스는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해왔다. MBK는 2조2000억원을 자체 조달했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수혈했다. 인수금액의 70% 가까이는 ‘빚’을 졌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때 9조원에 육박하던 매출은 6조원대로 하락했다. 2017년 6조6067억원, 2019년 6조4101억원 등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91억원에서 151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가 발발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2021년 6조9662억원의 매출과 9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홈플러스는 이듬해 6조4807억원의 매출과 13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최근까지 계속 적자였다. 2022년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3년에는 1994억원의 손실을 냈다. 누적 적자는 5931억원에 달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크게 줄었다. 2021년 7864억원에 달하던 현금성 자산은 2023년 1558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유동부채는 1조8836억원에서 3조496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단기차입금 역시 1663억원에서 5861억원으로 확대됐다. 2023년 부채비율(자본총계 나누기 부채총계)은 3211%에 달한다.

유동성 문제가 악화하며 빚을 감당할 수 없었던 홈플러스는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쉽게 말해 기업이 자력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울 때 법원이 지정한 제3자가 기업을 관리하는 제도에 도움을 받겠다는 것.

홈플러스가 밝힌 이유는 ‘잠재적 자금 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었다. 회사는 신용등급 하향으로 인해 금융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오는 5월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 판단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28일 공시된 신용평가에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많은 개선사항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이익 창출력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커진 재무 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췄다.

현재 홈플러스는 갚아야 채무는 많은데 가용할 현금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MBK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18개 점포 매각과 임대 종료 7개 등 총 25개 점포가 영업을 종료하거나 종료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4조원 규모의 채무를 변제했으며 현재 남은 빚은 2월 말 기준 2조원 수준이다. 메리츠금융그룹 1조2000억원, 매입채무 유동화 3500억원, 기업어음 2500억원, 은행권 1100억원 등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되고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된다.


최수진 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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