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헨공대, 테슬라 4680과 BYD 블레이드 비교
설계 철학 따라 접착제, 용접 기술도 달라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비야디(BYD)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는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비야디는 중국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동안 두 회사는 배터리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내부 구조와 성능 특성이 베일에 싸여 있었다.
독일 과학자들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배터리를 다 뜯어 해부했다. 아힘 캄프커(Achim Kampker) 독일 아헨공대 전기차부품생산공학연구소장 연구진은 “두 회사의 배터리를 직접 해부해 비교 분석한 결과, 테슬라는 성능, 비야디는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것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물리 과학(Cell Reports Physical Science)’에 실렸다.
전기차에는 충·방전이 가능한 2차 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양극과 음극, 두 전극 사이를 분리하는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음극의 리튬 이온이 액체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전자를 이동시켜 전류를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제조사는 배터리의 기본적인 성능과 사양 정보를 포함한 데이터 시트를 공개한다. 하지만 배터리의 세부적인 기계 구조나 충·방전, 발열 특성 등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일 연구진은 테슬라의 4680 배터리와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해부해 기계적 디자인부터 크기, 전극 소재의 구성, 전기·열 성능을 평가하고 배터리 조립 과정과 원자재 비용도 함께 분석했다.
테슬라의 4680 배터리는 지름 46㎜, 길이 80㎜인 원통형 배터리고,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길고 얇은 칼날(Blade) 형태의 배터리다. 분석 결과, 두 배터리는 설계 철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테슬라의 배터리는 고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우선시하는 반면, 비야디의 배터리는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제조 비용을 낮추는 데 중점을 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양극, 테슬라 4680 배터리는 리튬에 니켈·망간·코발트(NMC811)를 결합한 양극 기반이다. NMC811은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지만, LFP는 안정성이 뛰어나고 원재료의 가격이 저렴하다.
분석 결과, 테슬라 4680 배터리는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보다 1.5배 높은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가지며, 부피당 에너지 밀도도 1.8배 높았다. 반면 테슬라의 4680 배터리는 동일한 부하에서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보다 2배 많은 열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4680 셀은 에너지를 많이 저장할 수 있어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나, 추가적인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발열이 적고, 충·방전 효율이 높아 장기적인 안정성이 뛰어났다.
배터리의 조립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는 전극을 층층이 쌓는 ‘전극 스택’ 방식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분리막의 가장자리를 래미네이팅(코팅) 처리해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안전성을 높였다. 테슬라의 경우 기존 배터리 제조사가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바인더를 사용했다. 바인더는 배터리 내부에서 전극 물질을 서로 붙잡아 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또 테슬라 4680 배터리는 전극을 연결하는 기술로 레이저 용접을 사용했지만,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는 레이저 용접과 초음파 용접 두 가지 기술을 결합해 전극을 접합했다. 레이저 용접은 고온의 레이저를 사용해 얇은 전극을 빠르고 정밀하게 연결하는 방법이며, 초음파 용접은 초음파 진동을 이용해 두 개의 금속을 접합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안정적이다.
두 배터리 사이의 공통점도 있었다.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핵심 소재로 알려진 실리콘이 두 배터리에서 모두 사용되지 않았다. 보통 실리콘을 음극에 추가하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지만, 팽창 문제가 발생해 수명이 짧아진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예상 밖의 결과”라며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을 고려한 설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비야디의 배터리는 테슬라 배터리보다 크기가 훨씬 컸지만, 전류를 전달하는 구성 요소의 비율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을 주도한 요나스 고르쉬(Jonas Gorsch)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두 개의 혁신적인 배터리 설계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기계적 설계 차이가 전극 성능과 배터리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는 앞으로 상대의 강점을 가져와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4680 배터리 종류를 다양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배터리의 전극 공정에 고체 소재를 코팅하는 건식 공정을 도입해 비용을 30%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비야디는 올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테슬라 4680 배터리는 자체 공장과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에서 대량 생산하고 있고,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는 비야디의 자회사인 핀 드림스 배터리(FDB)가 모든 생산을 담당한다.
참고 자료
Cell Reports Physical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016/j.xcrp.2025.102453
설계 철학 따라 접착제, 용접 기술도 달라
비야디(BYD, 왼쪽)와 테슬라의 전기차./BYD 홈페이지 갈무리, 테슬라 코리아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비야디(BYD)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는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비야디는 중국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동안 두 회사는 배터리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내부 구조와 성능 특성이 베일에 싸여 있었다.
독일 과학자들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배터리를 다 뜯어 해부했다. 아힘 캄프커(Achim Kampker) 독일 아헨공대 전기차부품생산공학연구소장 연구진은 “두 회사의 배터리를 직접 해부해 비교 분석한 결과, 테슬라는 성능, 비야디는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것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물리 과학(Cell Reports Physical Science)’에 실렸다.
전기차에는 충·방전이 가능한 2차 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양극과 음극, 두 전극 사이를 분리하는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음극의 리튬 이온이 액체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전자를 이동시켜 전류를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제조사는 배터리의 기본적인 성능과 사양 정보를 포함한 데이터 시트를 공개한다. 하지만 배터리의 세부적인 기계 구조나 충·방전, 발열 특성 등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일 연구진은 테슬라의 4680 배터리와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해부해 기계적 디자인부터 크기, 전극 소재의 구성, 전기·열 성능을 평가하고 배터리 조립 과정과 원자재 비용도 함께 분석했다.
테슬라의 4680 배터리는 지름 46㎜, 길이 80㎜인 원통형 배터리고,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길고 얇은 칼날(Blade) 형태의 배터리다. 분석 결과, 두 배터리는 설계 철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테슬라의 배터리는 고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우선시하는 반면, 비야디의 배터리는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제조 비용을 낮추는 데 중점을 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래픽=정서희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양극, 테슬라 4680 배터리는 리튬에 니켈·망간·코발트(NMC811)를 결합한 양극 기반이다. NMC811은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지만, LFP는 안정성이 뛰어나고 원재료의 가격이 저렴하다.
분석 결과, 테슬라 4680 배터리는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보다 1.5배 높은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가지며, 부피당 에너지 밀도도 1.8배 높았다. 반면 테슬라의 4680 배터리는 동일한 부하에서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보다 2배 많은 열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4680 셀은 에너지를 많이 저장할 수 있어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나, 추가적인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발열이 적고, 충·방전 효율이 높아 장기적인 안정성이 뛰어났다.
배터리의 조립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는 전극을 층층이 쌓는 ‘전극 스택’ 방식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분리막의 가장자리를 래미네이팅(코팅) 처리해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안전성을 높였다. 테슬라의 경우 기존 배터리 제조사가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바인더를 사용했다. 바인더는 배터리 내부에서 전극 물질을 서로 붙잡아 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또 테슬라 4680 배터리는 전극을 연결하는 기술로 레이저 용접을 사용했지만,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는 레이저 용접과 초음파 용접 두 가지 기술을 결합해 전극을 접합했다. 레이저 용접은 고온의 레이저를 사용해 얇은 전극을 빠르고 정밀하게 연결하는 방법이며, 초음파 용접은 초음파 진동을 이용해 두 개의 금속을 접합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안정적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4680 배터리셀’ 생산 라인의 모습./조선비즈
두 배터리 사이의 공통점도 있었다.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핵심 소재로 알려진 실리콘이 두 배터리에서 모두 사용되지 않았다. 보통 실리콘을 음극에 추가하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지만, 팽창 문제가 발생해 수명이 짧아진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예상 밖의 결과”라며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을 고려한 설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비야디의 배터리는 테슬라 배터리보다 크기가 훨씬 컸지만, 전류를 전달하는 구성 요소의 비율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을 주도한 요나스 고르쉬(Jonas Gorsch)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두 개의 혁신적인 배터리 설계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기계적 설계 차이가 전극 성능과 배터리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는 앞으로 상대의 강점을 가져와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4680 배터리 종류를 다양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배터리의 전극 공정에 고체 소재를 코팅하는 건식 공정을 도입해 비용을 30%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비야디는 올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테슬라 4680 배터리는 자체 공장과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에서 대량 생산하고 있고, 비야디 블레이드 배터리는 비야디의 자회사인 핀 드림스 배터리(FDB)가 모든 생산을 담당한다.
참고 자료
Cell Reports Physical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016/j.xcrp.2025.102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