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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줄 몰라”. 김나영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새내기 활동가 조아라를 처음 만났을 때 한 말이다. 2014년 3월 어느 날 김나영은 한 노인요양병원 침대에 결박된 상태였다. 묶여 지내다 걷는 방법을 까먹었다. 지적·정신장애를 가졌다. 환청, 환시에도 시달렸다. 이 아픈 사람을 두고 병원은 치료와 돌봄보다는 ‘손쉬운’ 감금과 결박을 택했다.

1967년 10월 18일 태어났다. 부모가 누군지, 집이 어딘지 모른다. 어렸을 때 대전 한 보육원에 간듯하다. 유성초·유성여중을 졸업했다는 기록은 남았다. 다시 같은 도시 정신요양원으로 갔다. 언제, 왜인지는 알 수 없다. 2006년 발바닥행동의 김정하와 송효정이 인권실태 조사를 하러 정신요양원을 찾아가기 전까지 김나영에 관한 기록은 이게 다다.

이때 김나영은 시설 여러 문제를 알렸다. 한 달에 한 번 전화가 허락된 날 김나영은 김정하에게서 받은 명함의 번호를 눌렀다. “정하야, 나는 아무도 없으니까 네가 날 찾아와야 해.” 기록활동가인 홍은전은 ‘김나영님 이야기’에서 그 순간을 이렇게 적었다. “‘너에겐 나를 찾아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그 말이 정하의 가슴에 칼처럼 꽂혔다. 이름을 불린다는 건 그렇게 무시무시한 일이다.” 김정하와 송효정은 1년에 두 번은 김나영을 만나러 갔다. 각자 출산과 육아 문제로 방문은 뜸해져 갔다.

김나영은 2017년 50년간 시설 생활을 끝냈다. 탈시설 자랍 장애인이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살아갔다. 사진은 생전 센터 활동 모습.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제공


안부가 궁금하던 송효정이 출산을 앞둔 2014년 초 노인요양병원을 찾았다. 정신요양원은 김나영에게 ‘알츠하이머성 치매’ 판정을 내린 뒤 이곳으로 보냈다. 송효정은 당시 모습을 이렇게 적었다. “뼈만 남은 몸에 사지가 결박돼 한쪽으로 누워있는 언니는 최소한의 옷에 기저귀를 차고 누워있었다. ‘효정아 나 보러와야 해’ 하며 전화 걸던 언니는 없었고, 그저 죽음을 앞둔 노인의 모습이었다.” 그저 눈 감고 돌아서지 않았다. 송효정은 울며 발바닥행동에 연락했다.

노인병원은 몸부림친다는 이유로 6개월간 결박했다. 조아라는 “병원 사람들이 다 ‘저분(김나영)이 걸어 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라고 했던 게 우리 기록에 남아 있더라. 가자마자 묶여 지낸 것”이라고 했다.

김나영 혼자 겪는 일이 아니다. 홍은전은 “시설에서 장애인이 돌발 행동을 하면 조력할 사람을 더 붙이거나, 치료해야 하는데, 요양병원으로 보내버린다. 병원들은 이런 장애인을 묶어놓고, 약을 계속 먹이는 식으로 둔다. 사회적으로 힘없는 사람들이라 알려지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제동 걸지 못하면 (감금과 결박은)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모두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발바닥행동은 김나영을 국립 정신병원 한곳으로 데리고 갔다. 우울과 조현 증세 진단을 받았다. 이후 3년을 이곳에서 지낸다. 조아라는 병원이 ‘김나영씨 보호자’로 연락하는 사람이 됐다. 김나영은 어느날 조아라에게 말했다. “나, 여기서 나갈래.”

김나영의 육하원칙에 관한 기록은 이후 분명해진다. 이들 활동가는 정신장애 특성을 보인 ‘나영 언니’와 함께할 센터를 찾았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원에 나섰다.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부족하면 발바닥 활동가들도 나갔다. 홍은전은 ‘법적 책임’이 없던 김정하, 송효정, 조아라 같은 활동가들이 여러 고비에서 김나영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하려 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김나영은 2017년 3월17일 병원을 퇴원한다. 50여 년의 ‘시설’ 생활을 끝낸 것이다. 2025년 2월 12일 밤 11시30분 한양대병원에서 패혈증 진단을 받고 입원하기 전까지 병원 ‘신세’를 진 적은 없다.

‘탈시설 자립 장애인’으로 살았다. 성동·송파솔루션·중랑 등 여러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했다. “많은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서울을 한복판을 활보”했다. 여럿이 함께 밥 먹을 때 다른 사람이 먹을 때까지 기다려줄 줄도 알게 되었다.

김나영은 2017년 50년간 시설 생활을 끝냈다. 탈시설 자랍 장애인이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살아갔다. 사진은 빈소에 놓인 영정과 생전 사진들, 조화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제공


2023년 8월에는 자기 이름으로 나에안식 지원주택을 계약해 입주했다. 2024년 10월엔 전국 장애인야학협의회 장애인평생교육 권리 공모전 ‘우리는 계속 배우고 싶다’를 수상했다. 처음 마련한 자기 집이고, 생애 처음 받은 상이었다.

자립 이후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보통사람이 되고 싶다’는 김나영의 소망은 이뤄진 듯도 하다. “나영은 여전히 환청이나 환시 같은 증상을 겪었고 동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지만 아무도 그를 묶지도 때리지도 가두지도 않았다. 나영은 보통사람처럼 넘어지고 일어서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욕망하고 외로워하면서 일상을 살았다.”(홍은전)

김나영처럼 일상을 살아갈 탈시설 장애인은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조아라는 지원 주택 입주 자격 심의가 신청인의 ‘신체, 정신적 능력’을 더 보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조아라는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 위반이다. 이 협약에서 심의는 사람들이 탈시설할 때 어떤 집 형태나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이지, 지금 한국처럼 사람의 ‘기준 미달’을 정해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나영은 2월 16일 낮 12시 사망했다. 향년 57세. 성동센터와 발바닥행동 등이 여러 절차를 밟은 뒤 ‘법적 무연고자’의 장례를 치렀다. 필요한 장례비만큼만 조의금을 받았다. 17일 저녁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연 추모제 제목은 ‘자유로운 삶, 지역사회로’였다.

조아라는 “누군가는 ‘자립할 수 없어’라고 말들 하는데, 실제 그 자립의 삶을 살기로 한 장애인들은 너무나 뜨겁고 너무나 열심히 산다. 나영 언니도 그랬다. 사회 변화를 위한 삶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언니 같은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두고 계속 고민하며 답을 찾아야겠다”고 말했다.

송효정이 빈소를 다녀온 뒤 글을 남겼다. “눈물보다는 안도가 인다. 나에게 언니의 진짜 장례식장은 옥천의 그 노인요양원이었다. 그곳에서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내, 자신을 위해 울어줄 이 많은 사람들을 만들어낸 언니의 마지막. 언니가 홀로 죽지 않아 다행이다.”

김나영 빈소를 찾은 동료들이 영정 앞에서 슬퍼하고 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제공


‘생사고투’는 세상에 덜 알려진 채로 또는 무명으로 묻힌 이들의 삶과 죽음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게시일 즈음 날짜에 과거나 동시대 출생하거나 사망한 이들이 생전 겪은 고투에 관한 부고입니다.

[생사고투]①‘한인 최초 볼셰비키 혁명가’의 33년 짧은 삶1885년 2월22일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김수라)이 ‘노령 연해주 추풍 영안평’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시베리아 우수리스크의 시넬리코보다. 33년 뒤인 1918년 9월25일 하바롭스크에서 죽었다. 죽음의 형식은 ‘위인’을 이루는 요소가 되곤 한다. 김알렉산드라는 반혁명세력인 러시아 백군에게 총살당했다. 사형장 부근 아무르강(헤이룽강)에 버려졌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270600035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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