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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정규직만 1000명… 20억 추산
가전·식품업체들 납품 중단까지
홈플러스 “설득 중… 매장 정상 운영”
홈플러스 제휴사인 신라면세점, CJ푸드빌, 에버랜드 등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자 변제 지연을 우려한 데 따른 조치다. 홈플러스는 “상품권은 일반 상거래 채권이므로 금융채권 상환 유예 조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홈플러스 매장에서는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 사진은 6일 서울 한 홈플러스의 상품권 창구에서 방문객이 상품권을 펼쳐 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홈플러스가 하도급 협력업체에 인건비 지급을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하도급 업체는 월급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홈플러스에 식품 등을 납품해온 제조사들은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 제품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다음 주까지 협력사에 도급비를 지급하고 제조사 납품 대금 기일도 앞당기겠다며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6일 홈플러스 물류센터에서 물류 업무를 담당하는 A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날 지급 예정이던 2월분 도급비 지급을 미뤘다. 전국의 홈플러스 물류센터 4곳(안성·함안 상온·신선별 각 2개)에서 하도급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 수는 정규직만 약 1000명에 달한다. 일용직을 포함하면 노동자 수는 더 크게 불어난다.

수년째 홈플러스와 계약 관계를 이어온 A업체에 인건비 지급이 미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체 측은 홈플러스 물류센터에서 영업 중인 하도급 업체들에 아직 지급되지 않은 도급비가 총 2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A업체에 오는 10일까지 도급비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전달했다고 한다. 홈플러스 측이 A업체에 전달한 공문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3월 4일 이후의 거래대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며 3월 4일 이전 거래분에 대한 대금도 법원과 협의해 조속히 지급할 계획이다. 귀사와의 계약 이행과 거래 대금 지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협력업체는 다음 달에도 이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 경영진이 책임을 미루면서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건비 지급 지연으로 수일째 일용직 근로자 고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가중됐다. 임금 미지급 사태가 반복될 경우 향후 홈플러스의 물류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커피, 라면, 가공식품류 등을 생산하는 복수의 식품 제조사들은 내부 논의와 관련 법 검토를 마치고 홈플러스에 납품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납품 중단 여파로 재고가 소진되면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르면 3~4일 이내에 일부 상품 매대가 비는 사태가 현실화한다.

현재까지 납품을 중단했거나 중단을 검토 중인 기업으로는 CJ제일제당, 농심, 동서식품, 삼양식품, 오뚜기, 롯데칠성음료 등이 거론된다. LG전자 등 가전업계도 홈플러스 납품 출하를 일시 정지한 상태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대금 지급일을 앞당기겠다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제조사에 납품을 요청하고 있다. 일부는 이를 받아들여 재개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협력사들이 불안감 때문에 납품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지속적으로 설득과 협의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날부터 기업 회생 절차 개시로 중지됐던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했으며 매장도 정상 운영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진화 노력에도 우려의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처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진행 상황에 따라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납품 물량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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