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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국제 와인 심사위원 홍미연 이코엘앤비 대표

와인은 더 이상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술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와인은 이미 일상 속으로 스며 들었다. 세계적인 주류 모니터링 기관 와인 인텔리전스는 2023년 한국을 미국 다음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와인 시장으로 꼽았다.

우리나라 와인 시장은 연간 1인당 소비량이 아직 2리터에 못 미친다. 주요 와인 관계자들은 이 수치에서 성장 잠재력을 본다. 이런 가능성을 반영하듯 문화 중심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대규모 와인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섰다.

오는 20일 문을 여는 ‘CMB 익스피어리언스(Experience)’는 세계적인 국제 와인 품평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CMB)에서 수상한 와인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와인에서 떡볶이 맛이 난다고 해도,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모든 미각은 평등하다. 심사위원이라고 해서 꼭 와인을 더 잘 안다고 할 수도 없다. 평범한 소비자들이 전문 용어가 아닌, 자신만의 언어로 와인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CMB 심사위원으로 15년 연속 활동 중인 홍미연 심사위원이 말했다. 그는 2010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위원에 올랐다. 2017년에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심사위원 팀장으로 임명됐다. 주로 60대 이상 유럽 남성들이 차지하던 와인 심사계 유리천장을 뚫어낸 결과였다.

홍미연 CMB 심사위원이 2022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CMB 품평회에서 심사하고 있다. /CMB

홍 심사위원은 우리나라 와인 시장에 새 문화를 놓는 다리 역할을 자임했다.

“CMB 익스피어리언스는 와인 양조가가 이 곳을 찾아와 소비자를 만나는 접점이 될 것이다. 그 사람들이 와인을 어떻게 만들었고, 왜 이런 맛이 나는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공간이 이제 서울에도 필요하다.”

CMB 익스피어리언스는 CMB가 멕시코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문을 여는 와인 문화 공간이다. 규모는 5층, 600평 정도다. 전반적인 콘셉트와 구성은 홍 심사위원과 F&B(식음료) 전문가 장현우 청담골든스페이스 대표가 맡았다.

홍 심사위원은 “그냥 와인 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와인을 마시면서 익히는 곳으로 꾸미고 싶었다”며 “특히 이제 막 떠오르는 다양한 미식 문화, 특히 젊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달면서 짠(단짠) 음식처럼 와인과 음식의 새로운 조화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CMB 익스피어리언스는 일반 와인 바나 레스토랑처럼 와인을 제공하지 않는다. 선입견 없이 와인 맛과 향, 질감만으로 평가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블라인드 테이스팅 방식을 도입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란 종종 산지와 생산자 등 와인에 대한 정보를 가리고 순수하게 와인 그 자체로만 평가하는 방식이다. 가격이나 지역에 대한 편견 없이 오로지 맛을 기준으로 좋은 와인을 고를 수 있어 엄격하고 공정한 평가가 필요할 때 쓰인다.

소비자에게 와인 선택은 매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통 와인 바나 레스토랑은 긴 와인 리스트를 보여주고 지역과 품종, 가격을 기반으로 선택하라 한다.

CMB 익스피어리언스에서는 복잡한 와인 정보를 뒤적일 필요 없이 그랜드 골드·골드·실버 3가지 수상 등급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된다. 가격은 등급별로 정찰제다.

홍 심사위원은 “선택이 어려운 와인 시장에서 심사위원이 엄선한 와인을 수상 실적별로 고정된 가격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문화를 선도하는 청담동 한복판에 대규모 와인 관련 공간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해외 와인 관계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증류주 품평회 스피릿 셀렉션에서 한국 전통주가 금·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전통주가 CMB를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서울시, 부산시와 협력해 한국 전통주 관련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이 공간은 와인과 한국적인 미식이 어우러지는 경험도 선보일 예정이다. 홍 심사위원은 “입가심 역할을 하면서도 한국적인 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끔 와인을 마시는 중간에 김치찌개나 콩나물국을 같이 내드리려는 시도를 기획 중”이라고 했다.

그는 “CMB 익스피어리언스는 우리만의 고유한 한국형 와인 문화를 지향한다”며 “와인이 더 이상 어렵고 비싼 것이 아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길 바라는 차원에서 대중적인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심사위원은 소비자들이 와인의 자유로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당신이 마시는 와인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든, 그건 틀린 말이 아닙니다. 와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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