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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국회의원의 절반은 부정선거로 당선됐다 . 부정선거의 뒤에 누가 있느냐 . 북한과 중국의 해커가 대한민국의 선거를 농단하고 있다 .”( 전광훈 목사 )

“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건 합법적인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졌다 .”( 보수 유튜버 우동균 )

윤석열 대통령 비상 계엄 사태에 대한 극우 인사들의 왜곡된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독일 공영방송이 온라인에서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 독일에서 전문가와 교민들이 방송사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비판을 하고 있으며 한국 언론단체 등에서도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

지난달 25 일(현지시각)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 ARD)와 체데에프(ZDF)가 운영하는 텔레비전 편성 채널 피닉스 웹사이트에 ‘한국 속으로 - 미국 , 중국 그리고 북한’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온라인에 공개된 뒤 , 독일 교민 사회와 한국 관련 연구자들이 “ 한국 극우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을 공영방송이 객관적인 확인 없이 방송했다 ”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독일 뒤스부르크 - 에센대 정치학과의 하네스 모슬러 ( 강미노 ) 교수는 5 일 아에르데 에 메일을 보내 “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국가적 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는 대신 , 극우 성향의 대통령 진영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강화한다 ” 며 “ 윤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을 위험하게 왜곡하고 , 저널리즘의 원칙을 훼손한다 ” 고 비판했다 .

이 다큐멘터리는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찬성 · 반대 집회로 갈라진 광장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 문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유를 다루는 방식이다 .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주장으로 계엄을 지지하는 극우 인사들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고 , 그에 대한 반론은 생략해 계엄을 정당화하는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 취재진은 계엄령을 선포하는 윤 대통령 담화 영상과 함께 전광훈 목사와 보수 유튜버 우동균씨 , 2020 년 4 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허병기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 윤 대통령 탄핵 소추의 위헌성을 주장한 이호선 국민대학교 교수 등의 인터뷰를 담는다 .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이 주장해 온 중국과 북한의 선거 개입설의 실체가 존재하는 것처럼 소개하고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나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이 위법하거나 불공정하다는 극우 진영의 주장도 여과 없이 내보낸다 . 방송은 특히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체류했던 경험이 있는 미군 대령 출신 데이비드 맥스웰의 평가를 비중 있게 싣는데 , 그는 “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가장 비민주적인 것으로 간주되지만 , 그것이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 며 윤 대통령을 옹호한다 .

반면 다큐멘터리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 선거 음모론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낸 자료나 극우 세력의 법원 공격 난동 등 탄핵 국면에서 보인 이들의 폭력성이나 반민주적 행위에 대한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

이 다큐멘터리는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 가 독일 프로덕션 피닉스에 위탁해 제작된 것이다. 피닉스는 ‘피닉스 플러스 ’ 라는 프로그램명으로 독일 국내외 현안을 다룬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 문제가 된 영상은 현재는 아에르데 누리집과 구독자 45 만명인 피닉스 유튜브 채널에 공개돼 있는데 , 6 일 텔레비전 방영 뒤 2029 년까지 온라인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제공될 예정이다 .

다큐멘터리는 탄핵 여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독일인들에게 심어줄 우려가 크다 . 방송은 내레이션으로 “ 여론은 바뀌고 있다 ” 거나 “ 탄핵 반대 집회 숫자는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전역에서 늘어나고 있다 ” 고 전한다 . 근거로 제시하는 자료 또한 극우성향의 온라인 매체 펜앤드마이크와 아시아투데이에서 진행해 윤 대통령 지지율이 51% 가 나온 여론조사 결과였다 .

영상이 공개된 뒤 ,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독일 공영방송에서 편향적인 다큐멘터리가 그대로 나온 데 대한 충격도 컸다 . 하네스 모슬러 교수는 아에르데 에 보낸 서한에서 “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면 ,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그의 ‘마지막 법적 수단’이라고 믿을 가능성이 크다 ” 며 방송이 계엄령 선포란 중대한 문제를 사소한 것으로 축소하고 , 미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독일 정치 + 문화연구소 이진 소장은 한겨레에 이번 방송은 “ 한반도 문제에 유독 허술한 독일 언론은 ( 방송 내용의 ) 검증 능력도 부족했다 ” 며 “ 매우 우려되는 가짜 뉴스 ” 라고 말했다 .

독일 교민들도 항의 행동을 통해 방송사로부터 공식적인 정정이나 사과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소셜미디어와 교민 커뮤니티에선 아에르데 와 피닉스 메일 주소를 공유하며 항의 메일을 보내자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 한 교민은 “ 독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한국인들은 우익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다 ” 며 “( 이번 ) 다큐멘터리는 이 싸움에 심각한 장애물이 됐다 ” 는 메시지를 방송사에 전하기도 했다 . 교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엔 “ 독일 방송의 공정 , 신뢰성이 의문스럽다 ” 며 “ 이건 사실 전달이 아니라 특정 메시지를 강요하는 매우 정치적인 선전물로 느껴진다 ” 거나 “ 극우의 논리 구조를 답습한 독일 공영방송 ” 이라고 꼬집는 글들이 게시됐다 .

파장은 한국에도 미치고 있다. 한국 인터넷에서 이 다큐멘터리 일부를 퍼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글의 근거 등으로 악용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의 시민단체로 꾸려진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는 6일 성명을 내어 “극도로 편향되고 왜곡된 방송”이라고 비판했다. 네트워크는 “두 공영방송사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또한, “무엇보다 1980년 아에르데 특파원 힌츠페터는 광주민주화항쟁을 최초로 보도한 외신 기자였다”며 “그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 세계에 알렸던 한국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를 아에르데가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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