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지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비상계엄 당시 작전일지를 수정이 불가능한 군 전산망에 기록하지 말고 별도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군 관계자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비상계엄 당시 구체적인 지시 내용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 박아무개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준장)은 부대 작전장교에게서 ‘곽 전 사령관이 군 전산망이 아닌 다른 곳에 별도로 작전일지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작전일지에는 비상계엄 직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곽 전 사령관이 화상회의를 통해 지시한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더불어민주당사 확보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곽 전 사령관 지시로 당시 작전장교는 당직 근무자용 피시(PC)에 있는 ‘한글’ 파일로 일지를 작성했다고 한다.
박 참모장은 “원래 군 전산망에 상황일지를 작성하게 돼 있는데, 당시에는 작전장교가 전산망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작전장교가 상황일지를 자신이 쓰고 있다고 답변해서 전산망에 입력 중인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한글 파일로 작성하고 있었다”고 검찰에 밝혔다.
박 참모장은 곽 전 사령관이 전산망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 이유에 대해 “전산망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은 당시의 작전 상황을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진술했다. 군 전산망을 통해 상황일지를 작성하면 추후 별도 입력이나 수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곽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당시 지시 내용을 감추려 했다는 의혹은 앞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상현 특수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은 지난달 21일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회 제출을 위해 상황일지를 사령부에 제출했는데 사령관이 어느 부분은 ‘내가 말한 거 같지 않은데 좀 빼면 안 되겠냐’고 했다”며 “(삭제하면) 실무자들이 공문서위조로 처벌받는다. 그래서 안 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