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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 “가계대출 추이 더 지켜볼 것”
당장 대출 규제 강화 않을 듯
대출 조이면 경기 어려워질 수 있어 ‘고심’

서울 남산을 찾은 관광객이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2월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이 5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은 당장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기보다 한두 달 추이를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새 학기 이사 수요 등을 고려하면 지난달 증가분이 토지거래허가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수요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상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 중반대까지 낮아진 가운데 대출을 과도하게 조일 경우 돈이 돌지 않아 경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어선데, 금융 당국의 ‘딜레마’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5일 오후 2시 기획재정부 주재로 국토교통부, 금융 당국과 함께 부동산 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엔 서울 토허제 해제 이후 부동산 시장 상황 및 가계대출 증가세가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됐다.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잠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 등을 토허제에서 해제한 뒤 인근 지역의 집값 상승 폭이 커지자 머리를 맞댄 것이다. 참석자들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지난해 하반기 내내 억눌렸던 대출 수요, 기준금리 인하가 맞물려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한 우려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5조원 안팎 늘어났다. 2월에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2021년 2월(9조7000억원) 이후 4년 만이다. 2022년(-3000억원), 2023년(-5조3000억원), 지난해(-1조9000억원) 모두 가계대출이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다만 금융 당국은 당장 대출 규제를 검토하진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 달 가계대출 증가세만으로 추이를 판단하긴 어렵다”며 “한 달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또 상당수 은행이 여전히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있고,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 방지를 위한 조건부 전세대출 규제를 풀지 않아 규제 문턱이 낮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유주택자(1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 구매용 주담대를 허용하는 곳은 하나, 우리은행뿐이다. KB국민은행은 1주택 보유자, 신한·NH농협은행은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 구매 자금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아직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다. 금융 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3.8%) 이내에서 관리하기로 했는데, 지난해 말 가계부채(1927조3000억원)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총 70조원가량의 대출 여력이 있는 셈이다. 한 달에 5조~6조원 정도의 가계대출 증가분은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금융위 측의 설명이다.

내수 부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금융 당국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했다. 금융 당국은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시장의 혼선이 커질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낮추라면서 대출 규제를 다시 강화하라는 것은 모순되는 메시지다”라며 “금융 당국도 기존 대출 규제는 유지하되 일단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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