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2023년 9월28일(현지시각) 개빈 뉴섬 주지사가 이듬해 최저시급을 20달러로 인상하는 ‘AB1228 법안’에 서명하자 기뻐하고 있다. 전미서비스노조 엑스 갈무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최저시급이 지난해 4월부터 16달러에서 20달러로 인상됐지만 일자리 감소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통념과 다른 연구 결과다.
미국 UC 버클리 노동고용연구소(IRLE)는 지난달 24일 이런 내용이 담긴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 최저임금 20달러의 영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 책임자는 IRLE 소속 마이클 라이히 교수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4월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50만명가량에게 주 최저임금(16달러)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20달러)을 보장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적용 대상은 미 전역에 60곳 이상의 사업장을 보유한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 등이다. 패스트푸드점 노동자 최저임금을 더 높게 정한 이유는 패스트푸드점 노동자가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자이며 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 최저임금 20달러의 영향’ 보고서 표지
보고서는 최저임금이 바뀌지 않은 주들의 패스트푸드점, 최저임금 인상 정책 대상이 아닌 캘리포니아주 소규모 패스트푸드점·풀서비스 레스토랑 등 세 그룹(대조군)과 최저임금이 오른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점(실험군)을 비교·분석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제성장률 변화 등 최저임금과 무관한 요인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분석 결과 지난해 4~12월 최저임금이 인상된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업 고용에 부정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변수 통제 뒤 분석해보니) 최저임금 인상 정책 시행 뒤 고용 변화는 ‘0’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햄버거 가격 인상 영향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4달러짜리 햄버거 가격이 약 1.5%(6센트) 인상돼 최저임금 인상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작았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최저임금 연구는 노동시장을 노동자와 사용자 간 힘이 똑같은 ‘완전 경쟁’ 상태로 가정하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힘이 같지 않고 사용자가 노동자보다 압도적 힘을 갖는 상황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도 이 같은 맥락에서 주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려서 직원들의 이직이 줄고 사업주가 새 직원을 찾는 데 드는 비용이 줄면, 이는 최저임금 인상을 상쇄하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용이 줄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이직도 줄인다”며 “이런 비용 상쇄 효과가 ‘최저임금 20달러 정책’이 고용을 감소시키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