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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유통업] <상> 2010년대 이후 내리막길
게티이미지뱅크

유통업계 최강자로 호시절을 누렸던 대형마트 시대가 사실상 저물었다. 대형마트 위기론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업계 2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은 대형마트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커머스 중심의 소비구조 재편이 가속화하면서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핵심 패착으로 지목된다. 대형마트업계는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며 위기를 직면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법정관리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언제, 어떻게 닥칠 것인지를 몰랐을 뿐이라는 반응이 팽배하다.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0년 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건 과중한 재무 부담도 있었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가 큰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랜 내수 침체에도 10년 넘게 이어져 온 의무휴업 규제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경험한 관련 업계에서는 변제 지연 우려에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서둘러 막으며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대형마트 시대는 1993년 본격 시작됐다. 이마트가 1993년 1호점인 창동점을 개점하면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까르푸, 월마트가 ‘빅5’로 불리며 유통업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당시 경기 침체에도 이마트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88%에 이르는 등 대형마트업계도 빠르게 성장했다. 2008년 286개였던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3사 점포 수는 2012년 383개까지 늘었다.

승승장구하던 대형마트 앞에 제동이 걸린 건 의무휴업일 지정이라는 견해가 적잖다. 2010년대 들어 전국 1500여개 전통시장 매출을 전국 420여개 대형마트 매출액이 10조원 넘게 앞섰다. 중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의무휴업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법안이 개정되고 국회를 통과했다. 이 규제는 대형마트가 쇠락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대형마트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5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나란히 각각 1490억원, 4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 이마트는 1993년 1호점을 선보인 지 43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점포를 내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위기신호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아무리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온라인 강화라는 투 트랙으로 가지 않으면 향후 홈플러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롯데마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2018년과 2020년 두 해를 제외하고 모두 영업손실을 냈다. 홈플러스도 2021년부터 1000억~2000억원대 손실을 내기 시작했고, 이마트의 영업이익도 2019년부터 거의 반토막 났다.

내리막길에 속도가 붙게 된 건 코로나19 장기화로 쿠팡, 네이버 등 이커머스가 급부상한 2020년대 초반이었다. 오프라인 매장, 다수의 고용인력 등 몸집이 큰 대형마트는 온라인 시장의 빠른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최근 약 5년간 급속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5조540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15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경우 계열사 실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SSG닷컴, G마켓, 이마트24 등 3곳에서 적자가 났다.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기도 했던 롯데는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공격적으로 롯데마트를 비롯해 백화점 등 점포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2021년 상·하반기, 2023년 연말 세 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사모펀드 운용사가 대주주로, 재무구조가 다른 대형마트와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나 롯데는 홈플러스와 비교해서 현금 창출력이 더 있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현재 업황이 어려운 건 맞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마트는 창고 할인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롯데마트는 그로서리 중심의 마트 리뉴얼, 신규 점포 개점으로 업황 부진을 타개해 나가고 있는데 이런 방향성이 이커머스 위주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년 유통산업보고서’에서 “이커머스 강세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대형마트에서 신선식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려는 니즈가 강하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며 “맞벌이와 고령가구 증가로 즉석 조리식품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본업 경쟁력인 그로서리를 강화한다고 해도 온라인 트랙을 강화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적잖다. 김대종 교수는 “우리나라 소매액이 600조원 정도 되는데 그중 온라인이 51%를 넘었고 향후 70%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이커머스의 공격적인 도전에 어떻게 맞설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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