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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공장 전경. 사진 삼성전자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칩스법 폐기’를 언급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계산은 복잡해졌다. 양사는 각각 미국에 370억 달러(약 53조원)와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팹(공장)을 짓되, 투자금의 11~13%를 칩스법 보조금으로 받기로 지난 연말 바이든 정부와 계약했다.



삼성전자 제조 자산, 미국이 베트남 제쳤는데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가동 중인 미국 텍사스 오스틴 생산법인(SAS)의 자산은 1년 새 65% 증가해 27조5000억 원이 됐다. 이는 중국 낸드메모리 생산법인은 물론, 스마트폰·가전·TV를 생산하는 베트남 내 3개 생산법인(탕이우웬·호치민·박닌) 자산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미국이 베트남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 자산 규모 해외 생산기지가 된 것이다.
김주원 기자

오스틴 법인은 지난해 매출 5조 원에 당기순이익 1조1700억 원을 올렸는데, 각각 전년 대비 22%, 288% 증가했다. 다만 투자를 늘리면서 부채도 1년 새 2배가 됐다.



트럼프 ‘보조금 취소’, 韓 반도체 손익 따져보니
삼성은 인근 테일러 시에 첨단 팹을 더 짓기로 했고, SK하이닉스도 미국 인디애나 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지으려고 미국 법인을 신설하고 지난해 말 미국 상무부와 투자 이행 보증까지 한 상태였다.

그런데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에서 “반도체법을 없애야 한다”,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데 사용해야 한다”라고 칩스법 보조금 폐기 방침을 또 밝힌 거다. 보조금이 취소된다면, 양사의 미국 투자 의무도 사라진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취소시)기업의 수요 중심으로 유연하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삼성·SK 미·중 반도체 수출 다 늘어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법인(SSI)은 지난해 매출 46조8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0% 신장했고, 당기순이익(7800억원)은 471% 급증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판매법인도 지난해 33조46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연간 167% 성장했다.

양사의 중국 반도체 수출도 늘었다.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판매법인 지난해 매출(30조700억 원)과 당기순익(4700억 원)은 각각 전년 대비 92% 늘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반도체 판매법인 매출(13조 원)과 당기순익(1430억 원)이 각각 전년 대비 64%, 65% 늘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연합뉴스


반도체 관세, 한국보다 대만에 영향 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 대신 관세 카드로 투자를 받아내겠다’고 주장한다. 최근 TSMC와 애플은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를 보며 각각 1000억 달러(약146조 원)와 5000억 달러(약714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반도체 관세로 한국이 직접 받을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바로 반도체를 수출하는 비중은 7.5%에 불과하고(한국무역협회), 대만·홍콩 등에서 패키징·가공을 거쳐 미국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미국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보다 대만에 영향이 큰 셈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인공지능(AI)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기에, 빅테크의 반도체 수요만 보장된다면 지원금이 없어도 한국 기업이 투자할 가치는 있다”라며 “다만 미국은 최신 공정 팹을 원하는데, 기술 유출과 현지 구인난 우려를 고려해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조금 취소 위협’보다는 총 20% 관세를 중국에 추가한 것이 한국 반도체 수출에 더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산 부품·반도체가 중국산 IT·가전 제품에 많이 쓰이는데, 관세 때문에 중국 전자 제품이 미국에서 덜 팔리면 한국산 부품 수요도 줄어들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중 수출에서 반도체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지난 2018년 미국이 대중 관세를 올렸을 때(평균 3→18%), 한국의 대중 수출이 3%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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