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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전제로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통제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재부가 국회와 합의 없이 국유재산을 팔지 못하게 하고, 예비비 사용을 통제하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김동연·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불화를 겪었는데, 야당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선 기재부를 향한 반감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반(反) 검찰’이었다면 이재명 정부는 ‘반 기재부’가 될 것”(민주당 관계자)이란 말이 나온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들은 4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당 정책위로부터 조기 대선을 겨냥한 공약 가안을 보고받았다. 우선 예기치 못한 지출을 대비한 예비비를 더욱 엄격하게 편성하고 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이 핵심으로 담겼다. 현행법상 불명확한 사용 요건을 ▶예측 불가능성 ▶시급성 ▶불가피성 ▶집행 가능성 등으로 구체화해 편성을 최소화겠단 것이다.

또 지출 내역을 국회 소관 상임위의 요구가 있을 경우 상시 제출하도록 해 예비비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행법상 국회는 기재부로부터 예비비 총괄명세서를 다음연도 5월 31까지 제출받아 사후 승인만 가능한 구조다. 이미 집행한 것을 취소할 수는 없다.

야권에선 그간 “윤석열 정부가 예비비를 쌈짓돈처럼 쓴다”고 비판해왔다. 2023년 정상외교에 본예산 248억 원을 넘어서는 328억 원의 예비비가 사용됐고, 본예산에 68억원의 특활비가 편성된 대통령 경호처에 11억원의 예비비를 추가 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당초 지난해보다 약 14.3%(6000억원) 증액한 4조8000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제출했는데, 예산 심사 과정에서 민주당 주도로 2조 4000억원을 삭감했다.

이번 공약안엔 국유재산을 매각할 때 국회에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는 국유재산 매각 활성화를 추진했던 윤석열 정부 정책을 정반대로 뒤집는 것이다. 기재부는 2022년 8월 ‘16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의 쓰임새 없는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당시 페이스북에서 “매각하는 국유재산을 누가 사겠느냐. 시세보다 헐값에 재력 있는 개인이나 초대기업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악수한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같은 공약은 ‘기재부 견제용’이라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집권하게 된다면 기획재정부 조직을 아예 개편해 권한을 약화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기재부의 횡포를 야당이 되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이 대표와 기재부의 악연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 대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했지만, 기재부의 거센 반대로 뜻을 굽혔다. 또 기재부가 지역 화폐 관련 예산을 2022년도 예산안에서 21조원에서 6조원으로 낮추기로 하자, 이 대표는 “만행에 가까운 예산 편성"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그간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내 대통령 직할로 둬야 한다”는 뜻을 자주 피력해왔다.

특히 민주당은 야당이 되면서 예산안 편성·심의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연말 ‘감액 예산안’을 단독 추진했는데, 이에 정부·여당이 반발하자 이 대표는 “민생이 이렇게 어려운데, 5조 가까운 예비비를 편성해놓고 아무 때나 꺼내쓴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여당이 돼도 비판적 스탠스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기본사회’를 간판 삼는 이재명 정부 체제에서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기재부와 이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비토도 이런 기재부에 대한 불신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원한 한 기재위원은 “지난달 28일 박찬대 원내대표가 여야정 협의체를 박차고 나온 것은 단순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아닌 최 대행을 향한 분노가 본질”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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